[CEO 단상]여성인력, 지속가능한 성장의 길

임채운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

사회 각 분야에서 여성인력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통계청의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이라는 조사결과에 따르면 2000년에 판사, 검사 등의 법조인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고작 3.1%였지만 2013년에는 무려 21.2%로 껑충 뛰었다. 초등학교 교원 4명 중 3명이 여성이고 제19대 국회의원 선거 당선자 중 15.7%, 제6회 지방의회의원 선거 당선자 중 22.9%가 여성이라고 한다. 남성의 전유물이라고 여겨졌던 군대에서까지 여성이 맹활약 중이다. 이처럼 사회 곳곳에서 여성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도 여성의 경제활동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제도적 지원의 미비로 여전히 여성인력은 소외받고 있다. 2014년 여성 고용률은 49.5%로 남성의 71.4%에 비해 무려 21.9%나 낮다고 하며, 기혼여성의 20.7%는 임신ㆍ출산ㆍ육아 등으로 일을 중단해 경력단절 상태에 있다. 물론 기업 입장에서도 여성인력의 활용을 주저하는 이유도 있다. 출산ㆍ육아로 인한 업무공백, 야근이나 장기출장에 대한 업무제약, 여성인적자원 개발과 관리체계 미비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인력에 대한 기업의 평가는 호의적이다. 2014년 대한상공회의소에서 300여 기업을 대상으로 한 '여성인력 활용에 대한 기업인식'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7.2%가 "여성인력 활용이 경영 성과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승진에서도 "남녀 간 차이가 없다"는 응답이 69.3%로 나타났다. 굳이 양성평등을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경제적인 관점에서 우수한 여성인력들이 늘어난 사회적 역할을 감당하고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 이와 같은 여성인력의 적극적인 활용을 위해서 정부와 기업 그리고 사회적 인식 개선 등의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에 가장 큰 부담이 되고 있는 육아문제는 정부가 전폭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스웨덴 정부는 지속적인 육아복지 투자를 통해 능력 있는 여성이 쉽게 창업할 수 있는 환경을 적극 조성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1985년 미스유니버스로 활동한 이본 뤼딩은 싱글맘으로서 정부에서 제공하는 '연령별 탁아서비스'와 '방과 후 학교' 등 충분한 국가의 지원을 통해 두 딸을 훌륭히 키워내는 동시에 화장품 사업가로도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두 번째로 기업에서는 여성의 특성을 고려한 직무 개발도 요구된다. 해당 직무를 위한 지식, 기술, 근로형태 등을 체계적으로 분석해 여성 특유의 세심함, 친화력 등을 살릴 수 있는 직무를 발굴해야 한다. 또한 여성이 육아에 대한 부담 없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가족친화적인 문화와 근무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금형ㆍ사출 관련 중소기업인 B사는 출산 전후에 시차출퇴근제를 실시하고 있으며 태아검진, 출산휴가 90일, 육아휴직 1년을 자유롭게 사용하는 사내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B사의 여성 복지제도는 여성인력의 장기근속을 유도해 고객품질 향상, 생산성 향상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한다.마지막으로 육아와 가사는 여성이 부담해야 한다는 인식의 개선이 필요하다. 얼마 전 신문기사에서 보니 10년 새 일평균 가사노동이 여성은 3분 줄고, 남성은 11분 늘었다고 한다. 세상이 변했다지만 육아와 가사노동에 있어서는 그리 많이 변한 것 같지는 않다. 사회문화는 급속하게 변했는데 우리의 생각은 아직 과거 가부장 시대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때다.'인구절벽'이라는 용어로 주목을 받은 해리 덴트는 최근 발간한 '2018년 인구절벽이 온다'에서 한국이 선진국 가운데 마지막으로 급속한 고령화와 함께 심각한 인구감소 문제를 겪을 것을 경고했다. 저출산으로 인한 노동력 부족으로 생산과 소비가 감소하는 추세가 계속되면 우리 경제는 장기 불황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생산력 저하 위기를 헤쳐가기 위해서는 여성이 마음 놓고 육아와 경제활동을 병행할 수 있도록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한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을 높이는 길. 그것이 바로 지속가능한 성장의 길이다.임채운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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