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정부가 2일 발표한 '서민·중산층 주거안정 강화방안'의 핵심은 노후주택 리모델링(재건축) 임대사업이다.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사업자가 사회복지시설이나 대중교통이 인접한 곳의 노후 단독·다가구 주택을 매입해 1인용 소형주택으로 리모델링(재건축)해 공공임대로 공급한다. 매년 1000가구를 공급하던 것을 내년부터 2000가구로 늘려서 공급할 예정이다. 정부는 리모델링 등으로 공사비가 추가로 들겠지만 주택분할을 통해 실제 매입비용이 절감돼 저소득 독거노인과 대학생 주거취약계층을 위한 임대주택을 보다 원활하게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LH는 지금까지 수도권의 다가구주택을 평균 1억2000만원에 매입한 뒤 일반가구 규모인 50㎡ 위주로 저소득층에 시세의 30% 수준으로 공급해왔다. 그러다보니 지원단가에 비해 실제 매입비용이 높아 공급에 어려움을 겪었다. 앞으로는 리모델링(재건축)할 때 가구 규모를 20~30㎡로 줄이고 매입한 주택 한 채당 원룸 2가구 이상을 만들어 지금보다 공급도 2배로 늘리고 비용도 줄인다. 2가구로 공급하면 매입가 1억2000만원에 공사비 5400만원을 합친 1억7400만원의 절반인 8700만원으로 비용이 줄어든다.매입과 관리, 리모델링까지 모두 LH가 맡는다. 리모델링 비용의 45%는 예산, 50%는 주택도시기금에서 LH가 융자를 받고, 나머지 5%는 보증금으로 충당한다. 주변 시세에 따라 다르겠지만 입주자는 평균 435만원의 보증금과 28만원의 월세를 내고 30년을 살 수 있다.
이와 함께 이번 방안에서 주목받고 있는 사업이 집주인 리모델링 임대시범사업이다. 집주인이 10년 이상 지난 노후주택을 주거취약계층을 위한 30㎡이하 소규모 다가구 임대주택으로 개량해 공급할 경우 개량자금을 지원하고, LH가 임대리스크를 분담하는 사업이다.LH는 임대수익을 매월 집주인에게 확정 지급하되 임대관리비용과 리스크 분담에 대한 대가로 월 임대료의 7% 정도를 수수료로 받는다. 자기관리형 주택임대관리회사가 통상 임대료의 10~15%를 수수료로 받는 것에 비하면 저렴한 편이다.
수도권 시가 4억8000만원의 단독주택(30평)을 예로 들면, 2층 8가구(연면적 48평)의 다가구주택으로 개량해 2가구는 주인가족이 거주하더라도 최소 6가구는 임대주택으로 공급한다. 공사비는 최대 2억원이 연 1.5%의 고정금리로 지원되고, 공사기간을 6개월로 가정하고 주변시세 수준의 월임대료 6개월치를 이주비로 선지급한다. 임대료는 입주자의 소득에 따라 시세의 50~80% 정도로 차등화되는데 임대료 평균시세가 40만원이라고 보면 리모델링 임대주택의 임대료는 시세의 70%선인 28만원 가량을 받게 된다. 집주인이 임대기간을 20년으로 정하면 매월 임대료수입 168만원과 재산세와 수선비 매월 10만원, 융자상환금 93만원, LH수수료 11만8000원 등을 제하면 집주인은 매월 54만원을 벌면서 20년 뒤 새 다가구 주택을 취득한다. 자산가치가 2억원 정도 늘어나는 셈이다. 그러나 임대수익이 발생하는 시점이 최소 12년은 넘어야 하기 때문에 정부가 원하는 대중교통 인접지역, 이른바 역세권 등에서는 수요가 전혀 없을 가능성이 높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시세의 70% 정도로 정해진 임대료 규정 때문에 최소 12년 이상은 임대를 해야 수익이 발생한다"면서 "그럴 경우 임대가 잘되는 지역에서는 집주인이 자기 돈으로 리모델링하는 것이 더 유리한데 굳이 정부 지원을 받을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임대가 잘되는 역세권에 집이 있다면 굳이 리모델링을 하지 않아도 되고, 직접 비용을 들여 리모델링을 하더라도 높은 임대료를 받을 수 있는데 제한적인 정부의 사업을 신청할 필요가 없다는 분석이다. 김 연구위원은 "실제로 임대하기 어려운 지역에서만 수요가 발생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면서 "그렇게 되면 정부의 취지에 반하는 결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도 "노후주택을 가진 고령자층은 임차인 관리가 힘들고 장기간 공실로 방치하는 것보단 나을테니 수요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재건축을 반대하는 많은 사람들이 중대형을 소유한 고령자층이었다는 점은 또 다른 논란거리로 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그렇지만 정부는 서울시의 경우 집주인 레모델링 임대사업이 가능한 준공후 10년 이상, 대지면적 100㎡이상의 조건을 갖춘 단독주택이 6만6160가구 가량되는 만큼 수요는 충분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정부는 국민대 등 대학이 밀집해 있는데다 노후주택이 많고, 원룸은 부족한 서울 성북구 정릉 등을 시범사업 대상지로 판단하고 있다. 이 지역 단독주택 3401가구 중 92%가 20년 이상의 노후주택인데 국토부가 단독주택 소유자 35명을 대상으로 표본조사를 벌인 결과 86%인 30명이 이 사업에 참여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집계됐다.김재정 국토부 주택정책관은 "저소득층에 싸게 집을 공급하고, 집주인에게는 연금형식 임대료를 보장하며, 노후 불량주택을 개량해서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등 1거3득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 "성공적으로 시범사업 이뤄지면 개별적으로 단독주택을 다가구주택으로 개량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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