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정부가 오는 10월1일부터 내년 3월31일까지 '미신고 역외소득·재산 자진신고제도'를 실시함에 따라 그동안 미처 신고하지 못했던 해외 소득이나 해외 보유재산을 합법적으로 신고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신고기간 내에 자진신고할 경우 가산세와 과태료를 면제받을 수 있고, 탈세행위에 대한 형사처벌도 받지 않는다. 내국법인이 2012년에 해외에서 번 소득 10억원을 해외금융계좌에 숨겨 보관하고 신고를 하지 않은 경우에 얼마나 감면받을 수 있을까. 우선, 자진신고를 하지 않다 국세청에 적발될 경우 법인세 2억2000만원(10억원×22%)에 납부불성실 가산세 7000만원(2억2000만원×10.95%×3년), 과소신고(부정행위) 가산세 9000만원(2억2000만원×40%) 등 3억8000만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 여기에 해외금융계좌 과소신고 과태료로 1억2000만원(10억원×4%×3년)을 낸다. 자본거래 미신고 등 외국환거래법을 어겼을 경우에는 추가로 5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해야 한다. 최소 5억원에서 최대 5억5000만원을 내야 한다는 계산이다.이번에 자진신고를 하면, 이 가운데 법인세(2억2000만원)와 납부불성실 가산세(7000만원)를 합한 2억9000만원만 내면 된다. 과소신고 가산세(9000만원), 해외금융계좌 과소신고 과태료(1억2000만원), 외국환거래법상 과태료(최대 5000만원)를 면제받는 것이다.무엇보다 탈세행위, 외환거래 신고의무 위반, 재산 국외도피 등에 대한 형사처벌 면제 등 최대한 관용해준다. 탈세행위는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2년 이하 징역이나 포탈세액의 2배 이하 벌금을 내도록 하고 있다. '포탈세액이 3억원 이상이고 납부할 세액의 30% 이상' 또는 '포탈세액이 5억원 이상'이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포탈세액의 3배 이하 벌금의 가중처벌을 받는다. 조세포탈죄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에 따라 명단이 공개된다. 이 같은 형사처벌을 모두 면제받게 된다. 탈세행위에 부수되는 재산국외도피죄, 국내재산도피죄도 처벌하지 않는다. 단, 횡령이나 배임 등 중대범죄일 경우에는 면제받을 수 없다.다음은 문답으로 풀어본 자진신고제도다.문) 미신고 역외소득·재산 자진신고제도를 실시하는 배경은?답) 역외탈세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지능화 되면서 과세당국이 역외 세원을 파악하는 한계에 부딪혔다. 역외탈세 추징액은 2010년 5019억원에서 2011년 9637억원, 2012년 8258억원, 2013년 1조789억원에 이어 지난해에는 1조2179억원까지 늘어났다. 납세자가 해당 소득과 재산을 스스로 신고하도록 해 역외소득을 양성화할 필요가 있다. 2002년 이래 미국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을 중심으로 15개국이 자진신고제도를 시행해 상당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지난해 국회 기재위에서 박원석 정의당 의원 발의로 여·야 합의하에 국제조세조정법에 자진신고제도의 법적 근거를 마련했고, 올해 시행하게 된 것이다. 특히, 외국과의 조세정보자동교환협정 등 대량의 금융·과세정보 획득 이전에 한시적인 자기 시정 기회가 필요하다. 앞으로 미국과 '한·미 조세정보자동교환협정'을, 영국 등 50여개국과 '다자간 조세정보자동교환협정'을 맺을 계획이다. 이에 따라 해당국가 소재 금융기관이 보유하는 한국 거주자·내국법인의 금융계좌잔액 및 해당 계좌에 지급되는 이자, 배당, 기타 원천소득 등 금융계좌정보를 교환할 예정이다.문)정기국회에서 자진신고제도를 입법화 한 경위는?답)지난해 세법개정 조세소위 때 박원석 의원이 발의한 '역외탈세방지특별법안' 중 자진신고제도 내용을 국제조세조정법 제38조에 수정 반영했다. 당시 역외탈세에 대한 제재를 대폭 강화하면서 한시적 역외세원 양성화 조치로 자진신고제도가 필요하다는데 여야 합의했다. 이번에 시행하는 미신고 역외소득·재산 자진신고제도는 단 한 번 한시적으로 시행하는 것으로 제도가 설계됐다. 향후 과세당국이 외국과의 조세정보자동교환협정 등에 따라 대량의 금융·과세정보를 획득하기 이전 한시적 유예조치다. 특히, 최초 법정 신고기한을 놓쳤지만 사후에라도 납세의무를 부담하고자 하는 상대적으로 성실한 납세자를 구제하고자 하는 예외적인 조치다.문)자진신고대상을 국내 소득·재산이 아닌 역외 소득·재산에 국한하는 이유는? 답) 정보 부족, 다른 국가에 대한 공권력 행사의 한계 등으로 역외에 은닉한 소득과 재산을 우리 과세당국이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 역외 소득·재산은 국내와는 달리 최초 법정 신고기한을 놓친 경우 지속적으로 은닉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한 번의 자기 시정기회 부여를 통해 양성화할 필요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다만,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는 차원에서 역외 소득·재산이라 하더라도 세무조사, 관련 검찰수사가 진행중인 경우에는 신고대상에서 제외된다.문)비거주자·외국법인도 자진신고 대상인가? 답)비거주자·외국법인은 자진신고대상이 아니다. 자진신고 대상은 종전에 미신고·과소신고한 국제거래 및 국외에서 발생한 소득과 세법상 신고의무가 있는 국외재산(상속, 증여 포함)이 있는 우리나라 거주자와 내국법인이다.문)자진신고제도를 이미 시행한 외국 사례는?답)미신고 역외소득·재산 자진신고제도는 미국 등 OECD 회원국을 중심으로 15개국에서 2002년부터 활발히 시행 중이다. 대부분의 국가가 역외금융정보의 사전확보를 계기로 역외은닉소득의 양성화를 위해 도입했다. 자진신고에 따른 처벌면제의 경우, 대부분의 국가가 가산세·과태료 부과, 조세범처벌 등에 대해 처벌 면제해주고 있다. 문)자진신고제도에 따른 효과는? 답)정보접근의 한계로 과세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역외은닉 소득·재산을 양성화시킴으로써 세원투명성을 증대하고 성실납세자와의 과세 형평성을 높일 수 있다. 그동안 과도한 처벌 등이 두려워 역외은닉 소득·재산과 관련세금을 제대로 신고하지 못한 납세자들을 제도권 내로 편입시킴으로써 세입기반을 확대할 수도 있다. 역외은닉 소득 규모가 불확실해 자진신고제도 시행으로 인한 세수효과에 대해 정확한 추정은 어렵지만 해외사례 등을 감안하면 상당한 세수효과가 예상된다. 우리나라와 경제규모가 비슷한 호주의 경우 지난해 6억호주달러(5000억원 가량)의 세수가 늘어났다. 자진신고제도 시행 종료 후에는 미신고자에 대한 적발과 제재를 크게 강화함으로써 납세자 전반의 납세순응도가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세종=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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