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곡물메이저 카길, 물고기 양식관련 사업 잇단 진출UN "2023년 이후에는 양식이 고기잡이 앞설 것"[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영화 '설국열차'에서 꼬리칸의 하층민들이 단백질 보충을 위해 섭취하는 영양바의 정체는 '바퀴벌레' 였다. 값비싼 양질의 단백질인 스테이크를 먹는 사람은 앞 칸에 탄 지도자와 귀족들뿐이다. 이 영화처럼, 어쩌면 수십년 뒤 미래에는 일부 가난한 국가의 국민들은 곤충을 먹으며 연명해야만 할지도 모른다.
영화 '설국열차'의 한 장면. 주인공 커티스가 들고 있는 것은 바퀴벌레로 만든 단백질 바(bar)다.
유엔경제사회국(UNDESA)의 '2015년 세계인구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인구는 2050년 100억명에 육박하게 된다. 인구의 폭발적인 증가로 인한 식량부족 때문에 곤충까지 식량으로 활용해야 할지 모른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영양학자들은 곤충이 적은 양으로도 양질의 단백질을 공급할 수 있는 좋은 음식이라고 추켜세우지만, 생존을 위해 벌레를 먹는다는 것은 달갑지 않은 일이다. 거부감 없이 양질의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는 재료는 없을까. 이를 두고 고민하던 세계적 식량업체들은 땅이 아닌 바다로 눈을 돌리고 있다. '물고기 양식'이 인류 생존을 위한 미래 전략으로 급부상한 이유다.세계 최대의 곡물 메이저 카길은 최근 노르웨이 연어 사료 전문기업 EWOS를 부채 포함 13만5000유로(약 1조8200억원)에 인수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이는 카길이 지난 2011년 동물사료회사 프로비미를 20억달러에 인수한 데 이어 두 번째로 큰 인수합병(M&A) 시도다. 거래가 성공한다면, 카길은 세계 물고기 사료 업계의 큰손으로 급부상하게 된다. 연어 사료를 만드는 EWOS에 카길이 관심을 보인 이유는 연어를 포함한 양식 물고기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유엔식량농업기구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2030년에는 전 세계 물고기의 수요가 2억6000만톤(t)에 달하는 반면, 공급은 그보다 부족한 2억1000만톤 정도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아시아 지역의 수요가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수요부족을 해결하려면 환경보호와 남획 등으로 생산량이 제한되어 있는 고기잡이보다는 양식이 제격이다. 1980년대 이후 전 세계에서 잡히는 물고기 수는 정체된 반면, 양식 물고기 수가 꾸준히 증가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유엔식량농업기구는 2023년부터 전 세계에서 양식으로 생산되는 물고기가 고기잡이를 통한 고기보다 더 많아질 것으로 전망했다.카길이 물고기 관련 산업에 관심을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달에는 새우 양식업체 나투리사(Naturisa)와 손잡고 에콰도르에 새우 사료 공장을 짓는 데 3000만달러를 투자했으며, 지난해에도 네덜란드의 농ㆍ어업 사료업체 누트레코 인수에 관심을 보였다. 카길뿐만 아니라 다른 글로벌 기업들도 양식업 진출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일본 최대 상사인 미쓰비시는 노르웨이의 연어 양식업체 세르마크를 88억8000만크로네(1조2900억원)에 인수하겠다고 제안했다. 물고기가 소나 돼지 등 육류에 비해 각광받는 이유는 다양하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의 의식 변화 때문에 물고기 소비가 소고기나 돼지고기 보다 빠른 추세로 증가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의 신선식품 책임자인 아나스타샤 알리에바는 "개발도상국의 부가 증가할수록 물고기와 해물을 소비할 수 있는 사람들도 늘어난다"며 "여러 국가에서 물고기와 해물은 고기에 비해 건강하게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는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말했다. 물고기는 생산비용이 육류에 비해 저렴하고 자원낭비ㆍ환경파괴가 적은 친환경적 식재료다. 소고기 1㎏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사료 7~10㎏, 물 1만5000ℓ가 필요하지만 연어고기 1㎏을 생산하는 데 드는 사료는 1.4㎏에 불과하다. 물고기 양식업이 식량문제를 해결해 줄 만능열쇠는 아니다. 양식 물고기와 자연산 물고기가 갖고 있는 영양소가 완전히 동일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양식 연어는 오메가 3 지방산과 특유의 분홍색이 없다. 이를 해결할 방법은 자연산 물고기를 잡아다가 양식 연어에게 먹이로 주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결국 또 다른 남획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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