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 : 청와대)
[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 이번 8ㆍ25 합의를 통해 남과 북은 각자 일관되게 주장하던 내용에서 한 발씩 양보하는 협상력을 발휘함으로써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중대 계기를 마련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무박 4일간의 협상에서 북측은 우리 쪽에 "확성기 방송 중단"을, 우리는 "일련의 도발에 대한 사과 및 재발방지 약속"을 요구하며 팽팽히 맞섰다. 최종 합의문에 따르면 남측은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이란 조건을 달아 확성기 방송을 25일 12시부로 중단하기로 했다.반면 우리측 요구에 대해 북한은 "최근 군사분계선 비무장지대 남측 지역에서 발생한 지뢰 폭발로 남측 군인들이 부상을 당한 것에 대하여 유감을 표명했다"는 식으로 표현하는 데 동의했다. 한국 정부가 "주체를 밝힌 분명한 사과"를 요구했던 것에 미치지 못하는 표현이지만 "우리가 한 일이 아니다"라는 일관된 주장에서 한 발 물러선 북측의 이례적인 현실 인정이다. 합의문에 '재발방지' 약속이 빠진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우리측 협상대표인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은 "그것이 '비정상적인 사태'와 다 연결돼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과'를 '유감'으로 대체하고 '재발방지 약속'도 다소 우회적 방식으로 표명하는 것을 용인해줌으로써 북측이 한 발 물러설 명분과 공간을 제공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남과 북은 올해 추석을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을 진행하고 앞으로 계속해 나가기로 합의했으며 이를 위한 적십자 실무 접촉을 9월 초에 가지기로 했다. 또 다양한 분야에서의 민간교류를 활성화하기로 하자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표면적으로 우리측이 북한에 내준 것은 '확성기 방송 중단'이 유일하다는 점에서 이번 합의는 박근혜정부의 '대북 강경 원칙론'이 빛을 발한 결과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그만큼 북측이 대북 심리전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고, 우리가 그런 상황을 십분 활용했던 협상 결과라고 해석할 수 있다. 북측은 지뢰ㆍ포격도발 후 대북 확성기 방송이 시작되자, 우리 쪽에 협상을 먼저 제의해올 만큼 이 문제에 예민하게 반응해왔다.다만 이번 합의가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의미 있는 계기가 되기 위해선 5ㆍ24조치 해제나 금강산 관광재개, 비무장지대 평화공원 조성 등 보다 큰 그림을 논하는 협상 테이블로 논의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 있다. 남북은 이런 과제와 관련해 "다양한 분야에서의 민간교류를 활성화하기로 했다"는 표현으로 정리했으며, 김관진 실장은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해당 기관, 또 담당하는 부서에서 구체적으로 발전시킬 사항이라고 생각한다. 그 기본틀을 이번에 마련했다고 이해하면 되겠다"고 설명했다.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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