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보호단체 '전시용 동물 밀반출 도축·폭행 치사·식용 등 의혹'...동물원 측 '무책임한 허위 사실 유포로 명예 훼손' 반박
서울대공원. 아시아경제DB. (기사와 관련이 없음)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지난 20일 서울시청 앞에서 벌어진 동물사랑실천협회 '케어'(CARE)의 기자회견에서는 충격적인 폭로가 나왔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서울대공원 동물원에서 전시 동물 43마리가 '밀반출'돼 약재 및 식용으로 판매ㆍ도축되는가 하면 직원들이 전시 동물을 때려 죽이거나 심지어 동물원 내에서 밀도축해 먹는 등 여러 형태의 동물 학대가 자행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이게 사실이라면 큰 파문이 예상되는 일이다. 서울대공원 동물원은 국내 동물원을 대표하는 시설로, 그동안 제돌이 등 불법 포획된 남방돌고래를 자연 방사하는 등 동물권 보호 운동을 선도해 왔다. 특히 국내 동물보호주의자의 선구자 격인 박원순 서울시장이 총책임자 격인 기관이라는 점에서 단순히 동물원 안팎에서만 문제가 될 사안이 아니었다. 박 시장은 변호사 시절 동물권 보호에 관한 논문을 쓰는 등 동물권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엇보다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해마다 서울대공원 동물원을 찾아 자연을 배우고 꿈을 키워 온 어린아이들의 동심에 큰 상처를 주는 일이기도 하다.그러나 동물원 측은 "대부분이 사실과 전혀 다르다"고 펄쩍 뛰고 있다. 법 제도적인 한계로 멸종위기종을 제외한 일반 동물이 공매 형태로 판매돼 도축된 것은 사실이지만 나머지 동물 폭행 치사ㆍ식용 등 동물 학대 의혹은 근거없는 허위 사실이라는 것이다. "무책임한 폭로로 동물권 보호에 앞장 서온 직원들의 자부심에 큰 상처를 줬다"고 호소하고 있을 정도다. 도대체 누구의 말이 맞는 것일까? 일단 일부 동물이 외부로 판매돼 도축됐다는 것 외에 다른 사실 관계에 대해선 양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우선 케어 측의 폭로를 살펴 보면, 동물원에서 사슴ㆍ흑염소 43마리가 '밀반출'돼 약용ㆍ식용으로 전락했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지난 19일 서울대공원 동물원에서 18일까지도 어린이 등 일반 관람객에게 버젓이 전시되던 사슴 등 전시동물 43마리가 밀반출돼 녹용 및 고기용으로 전락하는 상황을 차량으로 끝까지 추격, 결국 현장을 급습했다는 것이다. 이 단체는 또 이미 전날 한 종편을 통해 현장 급습 장면을 제보해 뉴스가 나간 상황이었는데 일부 식용 판매 동물 중 질병에 걸린 개체도 있었다는 주장도 포함돼 있었다. 케어 측은 특히 이같은 동물 밀반출ㆍ식용 판매와 도축이 동물원 측의 부실 동물 관리ㆍ암묵적인 묵인 하에 이뤄졌다고 폭로했다. 이 단체는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고, 오로지 번식목적의 동물들은 전시공간에조차 사육되지 못하고 번식장에서 번식만 되다가 아무런 기준도 없이 개체수 조절이란 명목 하에 입찰을 통해 집단 매각하게 됐다"며 "이때 동물원 내부에서는 도축용으로 간다는 것을 암묵적으로 묵인해 왔으며 동물원 직원들의 지인인 도축 농장주들이 매각을 받아 고기용으로 도축해 왔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케어 측은 이어 또 다른 놀라운 동물 학대 의혹도 잇따라 제기했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과거 대공원 임원들이 전시동물을 동물원 내에서 밀도축해 직접 먹었던 적이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또 수의사들이 부상당한 동물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거나 그냥 안락사시켰으며, 한 공무원이 사슴과 원숭이를 참혹하게 폭행하여 죽인 적도 있었다는 내용도 있었다. 전시동물들이 많이 먹으면 배설물을 치우기 힘드니 이틀 동안이나 사료를 주지 않은 적이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이밖에 동물원의 직원들은 친 인척 관계가 대부분이어서 문제가 있어도 축소, 은폐될 수밖에 없고, 또 일부 직원들에게는 기밀유지를 위해 국정원에 버금가는 협박적 내용으로 서약을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같은 폭로가 나오자 당사자인 서울대공원 측도 기민하게 반응했다. 서울대공원은 이날 오후 곧바로 해명 자료를 내 케어 측의 주장을 조목 조목 반박했다. 요는 제도적 한계로 인해 판매된 동물이 구입자 측에 의해 식용ㆍ약용으로 도축된 것은 맞지만 나머지는 대부분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사슴 등 전시동물이 '밀반출' 된 적은 없다. 동물원 외부로 동물을 반출하는 경우 모두 '지자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인터넷 공매사이트 '온비드'를 통해 공개적으로 매각 처리를 하고 있어 '누군가 몰래 팔아 넘기는' 일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특히 과거 일부 임직원들의 밀도축 후 식용 의혹에 대해선 "절대로 그런 사실이 없다"고 강하게 일축했다. 서울대공원 측은 "병들어 죽은 개체 등에 대해 필요시 교육ㆍ학술용으로 박제를 하고 있으며 그 외엔 매몰 또는 소각처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수의사들의 부상 동물 방치ㆍ안락사 의혹 제기에 대해선 "담당 동물사 직원이 아침 순찰을 돌면서 동물을 관찰하거나 사료를 제공하면서 이상 유무를 파악해 동물병원에 연락하면 빠른 시간 내 치료 조치를 하고 있다"고 반박했고, 동물원 직원이 대부분 친인척 관계자는 폭로에 대해선 "전 직원 200명 중 단 2명만이 외삼촌ㆍ조카"라고 일축했다. 한 직원의 사슴ㆍ원숭이 폭행 치사 주장에 대해서도 "동물원 직원들은 모두가 관리 동물을 자식과 같이 잘 보살피고 있다"며 사실이 아니라고 호소했다.배설물 처치 곤란을 이유로 초식 동물에게 이틀간 사료 공급을 하지 못하도록 강요했다는 의혹은 "먹이를 주지 않으면 타 직원 및 사료 배분 담당 직원이 바로 확인 가능해서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서울대공원 측은 이밖에 일부 사슴이 열악한 번식장에 감금된 채 방치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서울대공원 사슴사는 360도 어느 정소에서도 전시가능한 형태로 관람이 안 되는 동물사는 없다"고 반박했다. 번식 목적의 동물들이 전시공간에서조차 사육되는 못하고 번식장에서 번식만 되다가 매각된다는 의혹엔 "동물사별로 전시장, 번식장이 거의 구분없이 암수가 혼합돼 전시하고 있다"며 "어린 개채나 노령 개체도 같이 전시하는 관계로 사육 적정 두수를 유지하기 위해 매각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과잉번식된 후 잉여개체들은 아무런 기준도없이 집단 매각된다는 주장에 대해선 "동물복지ㆍ종보전을 위해 매년 계획을 세워 잉여 개체를 선정하고 있으며 야생생물보호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공간이 부족한 동물을 잉여 개체로 선정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다만 공개 입찰에서 판매된 동물들이 식용ㆍ약용으로 도축되는 것에 대해선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는 개선책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서울대공원 관계자는 "동물원 사육 동물은 멸종위기종을 제외하고는 일반 가축으로 공매 참여자들의 자격을 제한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가 없어 사간 사람이 도축해도 아무런 조치를 취할 수 없다"며 "앞으로 전문가 등의 의견을 수렴해 여러가지 대책을 마련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케어 측의 '무책임한' 폭로로 동물권 보호에 앞장서온 직원들의 사기가 형편없이 저하됐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그는 "밤낮없이 동물에 대한 애정을 갖고 돌보아 온 직원들의 명예가 심각히 훼손됐다"며 "폭로로 인해 감사를 받을 것 같고 이곳 저곳 자료 요청도 많아 정신이 없는데, 어느 정도 정리가 되면 무책임한 폭로에 대한 법적 대응 여부에 대해서도 내부적으로 논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이같은 서울대공원 측의 반박에 대한 케어 측의 입장을 듣고자 수차례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된 전화 번호로 통화를 시도했지만 아무도 받지 않았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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