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혜숙 기자] “언제까지 항소심 재판을 받으러 서울로 가야 합니까. 인구 300만 도시에 고법은 커녕 원외재판부조차 없다는게 말이 됩니까?”인천에서 서울고등법원 ‘원외재판부’ 유치가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시민단체와 인천변호사회 등은 이미 지난달부터 시민 10만명을 목표로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고 인천시도 최근 관련 연구용역을 완료, 정부에 원외재판부 설치를 공식 요청할 방침이다.원외재판부는 고등법원이 담당해야 할 항소심사건을 지역 내 지방법원에 설치·운영하는 재판부를 의미한다. 고등법원이 없는 인천에 우선적으로 원외재판부라도 설치해 사법행정 편의를 제공받자는 뜻에서 지역사회가 한마음이 돼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인천에는 민·형사 합의부 항소심 재판을 담당하는 고등법원이 없어 항소심 재판을 받으려면 1∼2시간 거리에 떨어져 있는 서초동 서울고법까지 가야 한다. 인천지법이 관할하고 있는 경기도 김포·부천시 인구를 합하면 420만명이 이같은 불편을 감수하고 있다.그러나 인천보다 인구가 적은 대구·광주·대전에는 고등법원이 설치돼있고 주변 시·도민의 불편을 덜기 위해 춘천·창원·전주·제주·청주 등 5곳에는 고법 원외재판부가 운영되고 있다. 또 2019년에는 인구 117만명의 수원에 고법이 신설될 예정이다.인천의 인구가 고법 원외재판부를 두고 있는 5개 지역의 인구를 모두 합한 350만명보다 무려 70만명이 더 많은 점에서 사법서비스의 불균형이 심각한 상황이다.더욱 문제는 매년 늘어나는 항소 건수이다.인천지법에서 발생하는 항소 사건은 연간 2000건에 달하고, 합의부 항소 건수는 고법 원외재판부가 설치된 지역보다 최대 6배 이상 많다. 인천시가 인천발전연구원에 정책과제로 의뢰한 ‘인천 원외재판부 설치 및 타당성 연구’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2009~2013년)간 인천지법에서 발생한 항소사건은 총 9069건이다. 고법 원외재판부가 있는 경남 창원(5295건), 전북 전주(3839건), 충북 청주(2941건), 강원 춘천(2864건), 제주(1200건) 등 5개 지역보다 3700~7800여건이 더 많다. 2013년만해도 인천의 항소 건수는 1910건으로 제주(248건), 춘천(636건), 청주(652건)와 비교도 안된다.또 서울고법에서 항소심 재판을 받는 데 드는 사회적 비용이 18억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발연은 항소심 한 건당 소송당사자 4명이 재판에 3차례 참석한다고 가정해 서울고법까지 가는 평균거리에 따른 교통비, 재판소요시간에 따른 인건비 손실액등 기회비용, 서울지역 변호사와의 법률상담 및 선임확률 등을 합산해 연간 18억6500만원으로 추산했다. 옹진군 섬지역 주민의 해상교통 이용 비용과 소요시간 등을 추가하면 사회적비용은 이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지역사회에선 고법 원외재판부 설치에 필요한 요건이 갖춰져있다고 보고 있다.내년 3월 남구에 있는 옛 인천지법 터에 인천가정법원과 광역등기국이 신설되는 만큼, 현재 가사재판부와 등기과가 사용하는 인천지법 내 공간을 고법 원외재판부로 활용하자는 것이다.인천변호사회는 “인천지법의 공간을 활용하면 추가적인 예산 부담없이 원외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며 “아울러 인천에 원외재판부가 설치되면 5개 재판부(민사2, 형사2, 행정1)가 들어설 가능성이 높아 법원 행정 일자리며 변호사와 변리사, 법무사 등 사회서비스업 일자리도 늘어난다”고 밝혔다.원외재판부 유치 서명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인천사랑운동시민협의회와 인천평화복지연대는 “수도권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인구 300만의 대도시에 고법은 커녕 원외재판부조차 없어 사법서비스에서 역차별을 받고 있다”며 “더는 원외재판부 설치를 늦출수없는만큼 정부가 서명운동에 담긴 인천시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인천시의회는 지난 7월 제225회 정례회 때 채택한 ‘서울고법 인천 원외재판부 설치 건의문’을 대법원과 인천지법, 법무부 등에 전달했다. 건의문에는 ‘고등법원부의 지방법원 소재지에서의 사무 처리에 관한 규칙’을 개정해야한다는 의견을 포함했다.인천시 관계자는 “인구수나 교통여건, 항소사건 수 등을 고려해 볼 때 사법서비스의 불균형이 심각한 상황”이라며 “다음달께 시민 서명서와 시의회 건의서 등을 종합해 인천시 의견을 법원 행정처에 전달하고 이후에는 시장이 직접 행정처장을 만나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박혜숙 기자 hsp0664@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사회부 박혜숙 기자 hsp0664@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