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점주와 알바가 본 최저임금 인상
서울시내의 한 편의점. 아시아경제DB.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음.
[아시아경제 원다라 기자] "어차피 지금도 최저임금을 못 받는데, 얼마가 올랐던 간에 관심 없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안 그래도 어려워서 죽을 지경인데, 지금보다 더 주라니 망하라고 부채질하는 거냐".(편의점주)12일 오전 서울 마포·신촌 일대 편의점을 돌며 점주·알바생들에게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안에 대한 의견을 들어 본 결과다. 마치 칼로 자른 듯 정반대의 반응이었다. 정부는 지난 9일 노사 양측의 반발 속에 최저임금위원회를 열어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8.1% 인상된 시간당 6030원으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 마포·신촌 일대 편의점에서 일하고 있는 알바생들의 반응은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어차피 현재도 최저임금을 적용받지 못하고 있는 데, 내년에 얼마가 오르던 무슨 상관이냐는 것이다. 편의점에서 2년 째 일하고 있다는 취업준비생 양모(25)씨는 "그나마 수습기간인 3개월을 훨씬 넘겼기 때문에 시간당 5000원이라도 받지 일을 새로 시작한 친구들은 시간당 4500원 정도 받는다"며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은 나와 전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알바생들은 또 최저임금이라는 제도가 있더라도 현실에서는 적용받지 못하고 있지만, 취업 불이익이나 점주와의 갈등 때문에 최저임금을 달라고 요구하기 쉽지 않은 현실을 호소했다. 그저 '조금 더 나은' 조건의 편의점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을 뿐이다. 고용노동부에 신고하면 적게 준 임금을 받을 수 있다고는 하지만 실행에 옮기는 이들은 적다는 것이다. 실제 이날 만난 알바생 이모(26·대학생)씨는 최근 편의점 점주에게 "왜 시급을 최저임금보다 주지 않느냐"고 물었다가 자신도 모르게 아르바이트 구인 사이트에 점주가 자신이 일하는 시간대의 알바생 구인 광고를 올린 것을 보고 좌절한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아르바이트를 그만두면서 노동부에 신고할까지도 생각해봤지만 편의점 본사에서 '알바생 블랙리스트'를 관리한다는 이야기를 듣고서는 취업에 불이익이 될까봐 신고도 하지 못했다. 반면 편의점주들의 반응은 '비명'에 가까웠다. 공덕동 한 오피스텔 건물에서 10여년째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한 점주는 피곤한 기색으로 "임금 부담이 워낙 크고 사람 구하기도 어려워서 요즘은 직접 '야간타임'에 일하고 있다"며 "오피스텔 건물·번화가에 있는 이 점포가 그러면 다른 점포는 더 최저임금 인상 타격이 크다. 이대로 가면 50%는 문을 닫게 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대학가인 신촌의 한 편의점주 이모(49)씨도 "최저임금 인상으로 내년도에는 다른 사람에게 임대해 줄까 생각 중"이라며 "사실상 편의점들 보면 최저임금 못 맞춰주는 곳이 많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신경쓰지 않을 수 없어 편의점 운영비용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요즘 아르바이트생들 오는 거 보면 예전처럼 학생보다는 취업이 되지 않아 오는 알바생들이 많다"면서 "요즘 일본(프리터)처럼 알바비로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면, 최저임금을 올려주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을 편의점에 적용하기에는 '유통구조'부터 개선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5년째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다는 한 점주는 "본사에서 '2+1'정책 같은 할인 정책이 내려올 때면 결국 마진이 줄어 피해를 보는 것은 편의점주고 이번처럼 최저임금이 올라도 본사에서는 어떤 지원금도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소규모 자영업자에 대한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현 정의당 기획홍보국장은 "소규모 자영업자 지원책 없는 최저임금 인상은 결국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일자리만 줄어드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며 "편의점 운영 특성상 임금 부분이 큰 편이라 기존 매출이 늘지 않는 상황에서 임금 부담이 늘어난다면 업주가 직접 일을 하고, 아르바이트생을 덜 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아직은 소규모 자영업자에게 최저임금을 무조건 인상하라는 것은 무리이기 때문에 일정부분 아르바이트생 고용에 대한 지원금을 주거나 카드 수수료 협상권 등 완충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원다라 기자 supermoo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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