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사태] 간병인·행사요원…일용직들의 비명

병원서 일하는 직종 기피하고…단체행사 줄줄이 취소

▲ 메르스 사태에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지하철 시민들

[아시아경제 원다라 기자] #서울 강남의 한 중규모 병원에서 간병인으로 일하는 이모(60ㆍ여)씨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때문에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했다. 환자 보호자가 갑자기 "당장은 아니지만 앞으로 간병인을 쓰지 않겠다"고 통보를 해온 것이다. 보호자는 "메르스가 확산되고 있어 외부인에게 맡기기보다는 내가 직접 돌보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당장 일을 그만 두라는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하루에 받는 6만원으로 살아가는 그에게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말이었다.메르스 확산으로 정규직 등 안정된 일자리를 가진 이들보다는 일용직 종사자들이 더 큰 고통을 받고 있다. 이씨 같은 간병인들 뿐 아니라 병원 계약직, 행사 진행요원과 같은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는 취업준비생들이 대표적이다. 일용직들의 일자리인 각종 행사가 줄줄이 취소되고 있는 데다, 간병인 등 특정 직군을 찾는 수요가 급속히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환자와 밀접하게 접촉해야 하는 직업인 간병인들의 경우 메르스 확산 추세가 진정되지 않으면서 찾는 이들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 외부인을 집안으로 들이는 데 위험이 있다고 판단해서다. 간병인 알선 단체를 운영 중인 간병인요양보호사협회는 간병인을 찾는 문의전화가 10분의 1로 줄었다고 전했다. 현미화 회장은 "금천구에서 간병인이 메르스 확정 판정을 받은 후 문의가 급격하게 줄었다"면서 "간병인을 소개하는 우리도 힘들어진 게 사실이지만 당장 일을 하지 못해 수입원이 끊기게 된 간병인들의 생활고통이 더욱 클 것"이라고 말했다.행사 진행요원 등 청년ㆍ미취업자들의 일자리인 아르바이트도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4년제 대학 졸업한 취업준비생 염모(여ㆍ26)씨는 얼마 전 한 아이돌 팬미팅 진행 스탭으로 일하기로 했다가 갑자기 대행 업체로부터 "행사가 취소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염씨에겐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30분까지 일하고 받는 하루 5만원의 일당이 생활비의 원천이었으나 예상치 못하게 취소되며 막막한 입장에 처했다. 역시 행사장 경호 요원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20대 후반 김모씨도 "취업이 잘 안 돼 이 일을 시작했는데 메르스 때문에 이번 달 행사가 대부분 취소돼 집에서 그냥 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장은 생활에 차질이 없지만 이번주를 지나서도 메르스 진정기미가 보이지 않고 행사도 거의 사라진다면 문제가 커질 것 같다"고 걱정했다. 메르스 확산의 직격탄을 맞은 일용직 종사자들은 정부의 메르스 관련 생계 지원 등의 소식을 접하면서 소외감을 호소하기도 한다. 정부는 10일 메르스 환자ㆍ격리자의 소득ㆍ재산ㆍ직업에 상관없이 10만원의 생계비(4인가족 기준)를 지원하기로 했다. 간병인 이모씨는 "벌써 일주일째 생활비가 끊겨 있어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가 막막하다"며 "차라리 메르스에 걸리는게 생활비 고민을 덜 수 있는 길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고 털어놨다.이에 대해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일용직 노동자들이 노조에 가입돼 있다면 실태파악을 하고 어떤 배상이라도 요구할 수 있을텐데 간병인 등 비정규직은 노조 바깥에 있어 메르스 사태 후속 피해에 대한 실태파악도 되지 않고 문제제기 조차 어렵다"면서 "하루빨리 메르스 사태가 끝나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게 현실"라고 말했다. 원다라 기자 supermoo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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