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오늘 뒤늦은 메르스 대책회의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이 한국경제를 공포에 몰아넣고 있다. 감염자와 희생자들이 속출함에 따라 감염 가능성을 우려하는 공포 심리가 사회 전반에 확산되고 있다. 초기 방역에 실패한 정부는 국민을 안심시키는데도 실패하고 있다. 정부가 확고한 리더십으로 '심리적 방역'에 나서지 못하면 투자ㆍ소비 위축이 국민의 정치불신 고조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소셜네트워크(SNS) 괴담 확산에 따른 사회불안 가중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 게 명약관화하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는 날개 없이 추락할 위험에 놓이게 되는 셈이다.당초 보건당국은 3차 감염 가능성이 지극히 낮다고 했지만 2일 3차 감염자가 새롭게 확인됨에 따라 정부의 저지선은 다시 뚫렸다. 현재까지 메르스는 병원 내 감염으로 전파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지만 지역사회 감염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는 상황이다. 사태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이유는 정부의 리더십이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첫 환자가 발생한지 13일 뒤인 2일에야 긴급 관계부처 장관회의를 개최했다. 안전 및 재난에 관한 정책의 수립ㆍ운영 및 총괄ㆍ조정를 맡고 있는 국민안전처는 "지금은 범국가적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심각한 단계는 아니다"며 "신종플루 같은 경우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300만명 정도 감염됐을 때 중대본을 가동했다. 지금은 중대본을 가동할 단계가 아니다"는 식의 안이한 상황 인식을 보였다.부랴 부랴 청와대는 2일 비서실에 긴급대책반을 만들었고 국민안전처는 비상상황관리반을 꾸렸다. 여야도 따로 대책반을 세웠다. 중구난방식 대책반 설립 속에 청와대는 긴급대책반이 컨트롤타워가 아니며 보건복지부의 중앙메르스 관리대책본부가 그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그동안 잇따라 빗나간 예측을 내놔 국민들의 신뢰를 상실한 상황이다.이같은 대응은 2003년 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SARSㆍ사스) 발생 당시 범정부 대책기구를 구성해 신속하게 대응했던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당시에는 국무총리가 나서서 군을 포함해 가용 가능한 국가 역량을 총 동원해 상황 대응에 나섰다. 당시 한국에서 사스 확진을 받은 사람은 단 한사람도 없었다. 박 대통령이 3일 오후 메르스 관련 긴급대책 회의를 여는 것은 늦었지만 그나마 다행이다. 행정부를 관장할 총리가 부재한 상황에서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만이 총력대응을 가능하게 만들 수 있고 국민들을 안심시킬 수 있다. 앞서 정부는 세월호 참사 당시 컨트롤 타워 논란에 휘말린 바 있다. 이번 사안의 경우에는 전국민이 위험 대상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제대로 된 컨트롤 타워가 세워지지 않을 경우 경제 침체를 가속화시키고 이에 따른 정치적 책임론 역시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이미 중국 관광객들의 방한 취소가 줄을 잇고 있으며 각종 행사들이 연기되고 있다. 한국의 대외 이미지는 부실 대응으로 추락하고 있고 SNS에서는 괴담과 정부대책에 대한 조롱이 넘쳐 사회혼란이 가중될 조짐이다.2001년 9.11 테러 발생시 루돌프 줄리아니 당시 뉴욕 시장은 무역센터 쌍둥이 건물이 자살테러로 무너지면서 수천명이 사망하고 다치고 실종돼 도시 전체가 초토화한 참혹한 상황에서 탁월한 지도력으로 사태를 수습했다. 특히 현장수습을 진두지휘한 줄리아니 시장은 사건이 터지고 10여일 지나면서 시민들에게 "테러를 뒤로 하고 빨리 일상으로 돌아가라"(It's OK to move on)고 권고했다. 최악의 테러에 대한 시민 공포감을 빠르게 안정시킨 리더십이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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