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여담]논설과 농설(弄說)

이명재 논설위원

우리 사회가 성원해 줘야 할 작은 단체가 하나 있다. 많은 애를 쓰고 있으나 잘 알려지지 않아 소개하고자 한다. 이 단체, 그러니까 '대한유머협회'의 회장을 좀 아는데, 그는 그의 여주인, 한때는 아내였으나 이제는 주인이신, 오로지 복종과 순종으로 받드는 그의 여주인님으로부터 "썰렁한 농담으로 민심을 어지럽히지 말라"며 유머 엄금령을 받았지만 불굴의 용기와 집념으로, 어떤 시련에도 굴하지 않고 유머의 개발과 발전에 확고한 사명감을 갖고 부단히 정진하고 있다. 다행히도 많지는 않으나 일부 사람들이 지지를 보내고 있어서 그는 적잖게 힘을 얻고 있다. 대한유머협회는 유머의 연구와 창달, 보급에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이 단체의 최근 성과로는 유머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한 것을 들 수 있다. 이 협회에 따르면 '유머니즘'은 휴머니즘의 계승이다. 유머니즘은 무엇보다 다른 사람에 대한 관심이기 때문이란다. 즉 '당신 머니(you 머니?)'라고 물어봐 주는 것, 그렇게 다른 이에 대해, 다른 이의 삶에 대해 관심과 애정을 갖는 것이다. 그것은 또한 어린 시절 자신을 길러준 이의 은혜를 늘 생각하는 마음(유모를 생각하는 마음, 유모니즘)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유머니즘은 곧 휴머니즘인 것이다.유머를 내세우지만 이 협회의 신조는 결코 유머러스하지 않다. 오히려 비장함까지 준다. "유머의 죽음은 그 사회의 지성의 죽음이며, 유머를 억압하는 사회는 그 사회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다." 이 협회의 이념이 얼마나 현실에 부합하는지는 이모 전 대통령 시절을 생각해 보면 될 것이다. 권력자가 농담을 억압하면서 그 자신이 농담(안타깝게도 결코 우습지 않았다)을 독점했던 그 시절이 얼마나 암울했는지를 떠올려보면 될 것이다. 그래서 일찍이 독일유머협회장인 괴테는 "유머가 세상을 구원하리라"고 했던 것이며 미국 유머협회장인 링컨은 '유머의, 유머에 의한, 유머를 위한 사회'를 제창했던 것이다.대한유머협회의 회장은 신문의 논설위원으로 일하고 있는데 "댁은 신문사에서 하는 일이 뭐요"라는 질문을 받으면 그는 "우리 회사엔 논설실과 농설실(弄說室)이 있는데 유머협회회장인 저는 농설실의 농설위원입니다"라고 얘기하곤 한다. 논설이 아닌 '농설(弄說)'을 쓴다는 것이다.물론 농담이지만, 그는 꼭 농담만은 아니라고 한다. 많은 신문의 논설들이 그에겐 농담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란다. 농담 같은 그의 말 속에 우리 언론의 한 현실이 함축돼 있는 듯하다.  이명재 논설위원 promes@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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