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통상 주식시장에서 거래가 가장 많이 이뤄지는 시간은 개장 직후와 마감 직전이다. 뉴욕 주식시장도 예외는 아닌데 특히 최근 몇 년동안에는 장 막판 30분 동안에 거래가 집중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최근 보도했다. 크레디트 스위스의 아나 아브라모비치 투자전략가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S&P500 종목의 거래량을 분석한 결과 마감 직전 30분 동안 거래량이 전체 거래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7.8%였다. 여섯 건 중 한 건은 마감 직전 30분 동안에 이뤄진 셈이다. 이 비율은 2007년 13%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중소형주의 경우 막판 쏠림이 더 심했다. 중소형주 지수인 러셀2000에 포함된 주식의 경우 거래량의 19.3%가 마감 직전 30분 동안에 집중됐다. 2007년에는 14%였다. 범위를 더 좁혀 마감 직전 5분 동안 거래량을 분석한 통계도 있다. 트레이드 인포매틱스에 따르면 마감 직전 5분 동안 거래량 비중은 2010년 이후 매년 상승해 지난해의 경우 전체 거래량의 6%를 차지했다. ◆컴퓨터 알고리즘·ETF가 원인= 마감 직전 거래량 쏠림이 심화되는 이유는 막판 거래를 선호하는 컴퓨터 알고리즘 거래가 늘고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ETF와 같은 인덱스 펀드는 마감 직전 거래를 선호한다. ETF는 지수가 오른만큼의 수익률을 추구한다. 따라서 거래 가격을 최대한 종가에 맞추려 하고 이 때문에 장 마감 직전에 거래하는 경우가 많다. 투자자들은 점점 더 시장 수익률 이상을 추구하는 액티브형 펀드보다 인덱스 펀드와 같은 패시브형 펀드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펀드평가사 모닝스타에 따르면 지난 5년간 패시브형 펀드에는 2266억달러의 자금이 유입된 반면 액티브형 펀드에서는 4677억달러가 빠져나갔다. 블랙록의 폴 화이트헤드 펀드매니저는 "패시브형 펀드가 늘수록 거래는 더욱더 막판에 집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거래량이 거래량을 불러= 컴퓨터를 이용한 거래 증가는 마감 직전 거래량 편중을 가속화시켰다. 유동성이 많을 때 거래를 해야 체결 오차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트레이더들이 원하는 가격에 주식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거래 비용 측면에서도 막판에 거래해야 유리하다. 거래량이 늘면 거래 수수료가 줄기 때문이다. 주식 중개업체 ITG 분석에 따르면 정오부터 30분간 제너럴 일렉트릭(GE) 주식 80만주를 매수할 때 수수료는 거래액의 0.21%인 4만6000달러가 든다. 하지만 마감 직전 30분 동안 GE 주식을 동일 수량 매수하면 수수료는 거래액의 0.09%인 2만달러로 준다. 알리안츠 글로벌 인베스터스의 조 로델라 트레이딩 담당 대표는 "마감 직전에 거래를 해야 비용도 줄이고 변동성도 줄일 수 있다"며 "알리안츠 트레이더들의 막판 거래 비중도 점점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여러 측면에서 거래량이 많을수록 유리한 측면이 많기 때문에 로델라는 "거래량은 거래량을 부른다"고 말했다. ◆장중 거래 한산 '페인트가 마르는 시간'= 거래 편중화가 심화되면서 장중에는 심하게 표현해 거래량 공백 상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는 장중에는 주가 변동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을 뜻한다. 거래가 많지 않기 때문에 많은 자금을 보유한 기관투자가들이 주가를 급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역으로 실탄이 많지 않은 개인 투자자들은 손실을 볼 가능성은 커진 것이다. 2010년 5월 플래시 크래시 사건이 재연될 것이라는 우려도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 트레이더들은 2010년 5월 플래시 크래시 이후 거래량 편중화가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고 말한다. 아브라모비치는 이처럼 거래가 장 막판에 집중되는 현상이 2008년 금융위기 때 시작됐다고 말했다. 당시 금융시장이 워낙 불안해 마감 후 밤 사이 전해지는 뉴스에 주식시장이 급변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에 따른 위험을 없애기 위해 트레이더들이 마감 직전에 주식을 처분하는 거래가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거래량이 많으면 유리한 점이 많기 때문에 더 많은 투자자들이 몰렸고 점점 더 고착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거래량이 막판에 집중되면서 장중 거래는 한산하고 따분하기까지 하다. 멜론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한 트레이더는 장중 거래에 대해 페인트가 마르는 것을 지켜보는 것처럼 지루하다고 표현했다.박병희 기자 nut@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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