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윤 동아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저는 대한민국 제조 중소기업입니다. 언제 태어났는지 잘 알지 못합니다. 사람들은 작은 기업을 그냥 중소기업이라 불렀습니다. 법적인 정식 이름은 아니었습니다.우리에게 첫 번째 시련이 닥쳤습니다. 1964년 '중소기업 중점육성정책' 때문입니다. 정부는 산업정책을 추진하면서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참여할 업종을 나눴습니다. 그리고 사업전환을 유도했습니다. 정부의 지침은 매우 구체적이었습니다. 독과점 대기업이 있으면 해당 업종의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계열기업으로 전환 시켰습니다. 계열화는 말뿐이었습니다. 당시 대기업은 필요한 중소기업을 샀습니다. 할 수 있는 업종은 제한적이었고 계열화로 납품이 원활한 것도 아니었습니다.그러던 중 1966년 '중소기업 기본법'이 통과됐습니다. 법적으로 중소기업이라는 정식 이름을 부여받았습니다. 우리 사정은 별반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급기야 1975년 '중소기업 계열화 촉진법'을 만들어졌습니다. 산업정책의 핵심인 중화학공업은 계열화가 필수입니다. 중화학공업은 여러 부품이 모여 하나의 제품으로 탄생합니다. 우리는 열심히 부품을 만들었습니다. 우리에게 도움을 받은 대기업은 최종 제품을 수출했습니다. 덕분에 우리도 성장했습니다. 사람들은 이를 '낙수효과'라 했습니다.그러나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대기업의 독점적 위치가 너무 확고했습니다. 그 틈새를 파고들기는 불가능했습니다. 그래서 더욱 대기업에 기대게 됐습니다. 그러면 그럴수록 남들은 우릴 비난했습니다. 게다가 창조경제가 등장하면서 우릴 보는 눈은 더 차가워졌습니다. 지금 우리 제조 중소기업은 34만개 나 됩니다. 284만명의 종사자가 우리와 함께 일합니다. 지난 3년 동안 사업체는 2만개, 종사자는 24만명이 늘었습니다. 그러나 걱정이 생겼습니다. 수출 부진 때문입니다. 수출이 부진하면 납품이 줄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조만간 수출활성화 대책을 내놓겠다고 합니다. 우리에게 얼마나 관심을 둘지 궁금합니다.우리의 43.6%는 다른 기업과 납품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판매의 86%는 국내시장에서 발생합니다. 국내 판매의 93.7%가 다른 기업과 하는 납품입니다. 예전보다 납품비중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중화학공업일수록 그 비중은 더 높습니다. 그러나 보니 수출은 14%에 불과합니다. 과거보다 수출이 늘긴 했습니다.우리의 수출능력에 관심을 두었으면 합니다. 우리가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가 되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그걸로 우리의 수출능력을 의심합니다. 우리도 우리 능력을 잘 모릅니다. 우린 그저 납품할 뿐이고 수출해 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경쟁력은 충분합니다. 세계시장을 누비는 삼성의 갤럭시, 현대의 쏘나타에 우리의 경쟁력이 숨어 있습니다. 우리의 부품 경쟁력이 없다면 어찌 대기업 제품이 세계시장을 누비겠습니까.이제 우리도 세계시장으로 나가야 합니다. 그러면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습니다. 정부가 세 가지만 신경 써주면 좋겠습니다. 첫째, 우리의 경쟁력은 부품입니다. 외국 대기업에 납품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중소기업 입장에서 외국 대기업과 상담하는 것이 벅찹니다. 외국 대기업과 직접 만날 기회가 생긴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전시회 참가보다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둘째, 청년 글로벌 인력입니다. 요즘 청년들은 글로벌 역량이 우수합니다. 활용하고 싶어도 많이들 꺼립니다. 청년 인력이 있다면 우리 스스로 시장도 분석하고 직접 상담도 가능할 것입니다. 셋째, 마케팅 능력 향상에 관심을 뒀으면 합니다. 그동안 납품을 하다 보니 제조 능력보다 마케팅 능력이 많이 부족합니다. 지금 당장은 성과가 잘 안 날 것입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우리 스스로 수출능력을 높이기 위해선 꼭 필요합니다. 오동윤 동아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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