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앤비전]상가 권리금, 제대로 보호되나

최광석 로티스합동법률사무소 부동산전문변호사

상가점포 임차인의 권리금 보호방안을 담은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얼마 전 국회 본회를 통과, 곧바로 공포되면서 조기 시행에 들어갔다.  상가 임차인의 권리금 보호방법은 권리금평가 상당액만큼을 임대인에게 직접 청구하는 형식이 아니다. 현재의 권리금 관행과 같이 기존 임차인이 다른 임차인을 임대인에게 주선하여 권리금을 회수하는 방식이다. 다만 임대인이 이를 협조하지 않고 방해행위를 할 경우를 불법행위로 규정하면서 권리금 평가액 상당을 임차인에게 손해배상해야 하는 구조로 접근한 점에 특징이 있다. 권리금 보호를 위한 법안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이해관계에 따라 평가가 극명하게 다를 수밖에 없다. 임차인 측과 달리 임대인 측은 이번 법 시행으로 그동안 없던 새로운 부담을 안게 되기 때문이다. 서로의 입장 차이가 있다 보니 공정한 잣대가 어디까지인지도 사실 애매한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전문 변호사로 일하는 입장에서는 이번 법안 통과는 정말 역사적인 사건이라고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무려 33조원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의 시장이기 때문이다. 분쟁도 매우 빈번하게 발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가 권리금에 대한 보호범위나 절차를 법적인 테두리 내에 포함시키지 못하고 방치해 버린 채 사적 계약에만 맡겨버린 것이 지난 수십 년간의 현실이었다.  따라서 권리금의 개념과 내용을 어떻게, 어떤 범위까지 얼마나 객관적으로 정의하고 평가할 것인지가 애매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관련 이슈가 생길 때마다 반짝 거론되다가 논의를 완전히 마무리하지 못한 채 국회 벽장 속에 방치하기를 반복하면서 긴 세월을 허비한 것이다.  그 결과 권리금은 현실에서는 수십조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규모로 엄연히 존재하면서도 법의 보호는 철저히 외면당했다. 국가의 존재 이유 중 하나인 국민의 경제생활 보호 측면에서 미흡하기 짝이 없었다.  계약을 통해 권리금에 대한 주장을 할 수 없는 처지가 되면서 임대인은 뒤로 빠지고 실무상으로 임차인들 간의 계약으로만 암암리에 거래가 돼 왔다. 이로 인해 분쟁이 일어날 경우 임차인들끼리만 치열한 다툼을 벌일 수밖에 없었다. 결국 권리금문제는 임대인에게 아무런 주장을 하지 못하고 임대인의 마음먹기에 따라 언제 터질지 모르는 임차인들 간 폭탄돌리기 게임으로 전락하게 됐다. 상가 임차인들이 영업활동에 열을 올리기보다 후순위 임차인이나 임대인과 손해를 누가 떠안을 것인지를 두고 불안한 눈치보기 경쟁을 해야 하는 열악한 구조였던 것이다.  정부의 직무유기로 인해 임대인과의 관계에서 약자인 임차인의 피해만 누적돼 온 것이다. 따라서 이번 법 통과는 지난 수십 년간의 무책임한 방치상태를 탈피했다는 점에 가장 큰 의의가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러한 역사적 의미에도 불구하고 이번 입법은 근본적으로 아쉬운 점이 없지 않다. 권리금의 특성상 여러 가지가 모호한 측면이 있고 그 때문에 지난 수십 년간 입법화에 실패한 것이 현실이라는 점에서다.  첫 입법에서는 임차인 측에 다소 미흡하더라도 보다 명확한 범위에만 국한하여 입법한 다음 추후 시행과정에서 보다 범위를 넓혀나가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필자와 같은 법률가는 분쟁 가능성을 최소화하여 분쟁으로 인한 고통을 줄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분쟁일선에서 매일 지켜본다. 이번 입법은 임차인 보호라는 명분 때문에 분쟁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입법자들이 충분히 공감하면서도 임차인의 보호범위를 너무 두루뭉술하고 애매하게 정했다. 향후 시행과정에서 많은 분쟁이 예상될 수밖에 없다. 하루속히 개선안을 마련하는 것이 입법 취지에 부합할 것으로 보인다.최광석 로티스합동법률사무소 부동산전문변호사<ⓒ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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