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경기도 안 진다' 김현우의 독한 맹세

런던올림픽 레슬링 金 딴 이후 무패행진

[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태릉과 진천선수촌에서 훈련하는 대표선수들의 최종 목표는 올림픽 금메달이다.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75㎏급의 김현우(27ㆍ삼성생명)는 조금 다르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뜻을 이룬 뒤 마음가짐을 달리 했다. 매트에서 벌이는 모든 대결에서 이기겠다고. 그래서 소규모 대회, 하물며 연습에서도 빈틈을 보이지 않는다. 대표팀 후배들이 쉽게 말을 걸지 못할 만큼 매사에 진중하다. "말수가 적어도 선배 역할은 충분히 하고 있다. 솔선수범만큼 강렬한 의사전달법이 없지 않은가."런던에서 한 다짐은 잘 지키고 있다. 한 번도 지지 않았다. 지난해 세계레슬링연합(UWW)이 발표한 세계랭킹에서 2년 연속 1위에 올랐다. 올 시즌도 출발이 경쾌하다. 10일 카타르 도하에서 끝난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다. 세 경기에서 무려 27득점했다. 그런데 김현우의 표정은 썩 만족스럽지 않다. "총 4점을 허용했다. 수비에 신경을 많이 썼는데 결과가 불만스럽다."김현우는 최근 스탠드에서 맞잡기 기술이 향상됐다. 상대가 변칙 공격을 해도 안정된 자세를 유지한다. 안한봉(47) 대표팀 감독은 "많은 득점보다 무실점에 욕심을 부린다. 충분히 세계를 제패할 실력인데도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고 했다. 첫 국제대회에서 변화는 충분히 통했다는 평. 그러나 김현우는 "훈련 때 느끼지 못한 약점을 파악했다"고 했다. 그는 "맞잡기에서 무게중심이 적잖게 앞으로 쏠렸다. 팔 공격도 몸통에 붙여서 시도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할 때가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허점을 노출하지 않으면 상대는 빈틈을 보이게 돼 있다. 수비가 곧 공격"이라며 "손가락 하나까지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하겠다"고 했다.어려움도 있다. 몸이 좋지 않다. 2012년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다친 오른 엄지손가락에 여전히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다시 수술을 하면 3개월 이상 쉬어야 한다. 김현우는 "상대의 몸에 끼이기라도 하면 욱신거린다"라고 했다. 크게 개의치는 않는다. 기술을 바꾸는 등의 노력으로 이겨냈다. 장기였던 측면들기를 내려놓고 앞목잡기와 가슴잡고 옆굴리기 등으로 승부를 본다. "유도의 (김)재범(30ㆍ한국마사회)이 형도 왼 가운데손가락이 부러졌지만 잘 뛴다. 이까짓 것 문제없다."다시 또 훈련이다. 레슬링대표팀은 21일부터 생과 사의 경계를 넘나든다는 '사점훈련'에 돌입한다. 안 감독은 "지구력과 파워에 중점을 둘 것"이라며 "선수들이 기겁할 만한 새로운 프로그램을 추가로 준비했다"고 예고했다. 김현우는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즐길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이미 런던올림픽을 준비하면서 경험했다. 이제는 어떤 훈련이든 받아들일 수 있다. 벌써부터 몸이 근질거린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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