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10中6死…문제는 숫자가 아니라 기업 성공률

필사의 청년창업+朴정부 불지피기가 일궈낸 3만대군창업자 발 묶는 '연대보증제'…기술보증 확대를경직된 보안성 심의…IT 신상품 서비스 지연청년실업 도피성 창업도 많아 부실 벤처 양산 우려도
[아시아경제 조태진 기자, 이창환 기자, 한진주 기자] 우리나라 벤처 창업 환경은 세계 최고의 스타트업 생태계 실리콘밸리를 보유한 미국에서도 부러움의 대상이다. 인구 절반이 초고속인터넷에 접근할 만큼 탄탄한 인프라와 2~3년 정도 빠른 정보통신(IT) 기술, 정부의 육성 의지 등 '3박자'를 갖추고 있어서다. 세계 최대 결제시스템 업체 페이팔의 창업 멤버인 데이브 매클루어 500스타트업스 대표가 국내 초기 벤처업체를 발굴하기 위해 중소기업청과 조성한 100억원 규모의 펀드에 참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하지만 국내 상당수 전문가들은 벤처창업 열기가 제대로 결실을 맺기 위해선 지속적인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2000년 뜨겁게 타올랐다가 순식간에 잦아들었던 '1차 벤처 붐'을 재연하지 않기 위해서는 창업 의욕을 꺾는 각종 규제 요소를 없애고 긴 호흡으로 일관된 지원을 펼쳐야 한다는 지적이다.◆새내기 벤처 성공 여전히 험난한 길= 국내 벤처 생태계가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스타트업 발전을 저해하는 창업자 연대보증제도부터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이민화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교수는 "기업 연대보증제도가 개선된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제3자 연대보증에 한정된 것으로 대다수 초기 벤처는 보증이라는 속박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라며 "현재 창업 1년 이내 기술 기업이 연대보증을 면제받으려면 신용등급 BBB등급 이상을, 3년 이내는 A등급 이상을 확보해야 하는데 이 기준을 충족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토로했다.이 때문에 창업 실패의 대가는 혹독할 수밖에 없다. 본인은 물론 친인척 자산을 보증에 세웠다가 한순간에 재기조차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기 때문이다.익명을 전제로 한 벤처기업 관계자는 "벤처 3만개 시대를 열었다지만 기술신용보증기금 등 공공기관의 보증만으로 인증을 받은 곳은 10%도 안 된다"며 "벤처캐피털도 3년 이내 스타트업에 자금을 투자하는 경우도 매우 드문 케이스"라고 말했다.창의적인 사고를 상품화시키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는 정부 규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최근 이석우 다음카카오 공동대표가 핀테크(금융+기술) 활성화 토론회에서 스마트폰 소액결제 서비스 출시 지연이 금융당국의 경직된 보안성 심의 때문이라며 비판하고 나선 것은 우리 벤처 생태계 현실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대박의 꿈 좇는 '취업난 해방구' 지양해야= 대학가에서 불고 있는 벤처 창업 열풍이 생산적인 결과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보다 세심한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에 따르면 올해 4월 청년실업률은 10.2%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다른 직장을 구하는 취업준비자와 입사시험 준비생 등 사실상 실업자를 감안한 청년 체감실업률은 11.3%에 달했다. 이 때문에 취업을 뒤로 하고 벤처로 인생 항로를 선택하는 '도피성 창업'도 적지 않다.중소기업청 관계자는 "지난해 12월부터 법인 설립 기관 인터넷망을 연계해 온라인상에서 모든 형태의 법인을 등록할 수 있도록 절차를 간소화하면서 신설법인 급증으로 이어지고 있는데 취업 예비생들의 창업 유인 효과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고 말했다.◆새내기 벤처 실패율 낮추는 데 초점 맞춰라= 중소벤처 정책은 창업 초기단계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주문이다. 중기청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일반기업 존속 현황을 살펴본 결과, 창업 5년 후 생존한 기업은 39.6%에 불과했다. 10곳 가운데 6곳은 제대로 뜻을 펼쳐보지도 못했다는 이야기다.특히 스타트업 자금 공급원인 벤처캐피털의 역할 재정립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모 배달 애플리케이션 전문업체 대표는 "국내의 경우 1~2년 차 기업들을 인큐베이터식으로 발전시키지만 정작 사업 판로를 뚫어서 지속적 고용을 하려는 4년 차 정도 기업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털이 전무한 상황"이라며 "대형 벤처캐피털도 펀드 수익률 맞추기 위해 벤처적합업종이 아닌 곳에 투자를 단행하는데 이에 대한 금융당국의 감시가 없는 점도 시정되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태진 기자 tjjo@asiae.co.kr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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