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 읽다]유전자도 계절 타네~~

겨울철에 유전자 반응 활발…빛, 온도가 생체시계에 영향 주는 듯

▲유전자도 계절을 타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중 나선구조의 DNA.[사진제공=한국생명공학연구원]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여러분들도 계절을 타시는지요. 계절이 바뀔 때마다 기분이 묘해지는 느낌이 있으신지요. 상큼한 봄, 따스한 바람이 불어오면 어딘가 떠나고 싶은 적은 없으신지요. 봄꽃을 보며 기쁨을 느끼거나 혹은 봄비를 맞으며 고즈넉한 기분에 빠져든 적도 있을 겁니다. 봄을 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쓸쓸한 가을에 성격이 민감하게 바뀌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를 두고 우리는 '계절을 탄다'는 표현을 쓰죠. 특정 계절만 되면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설레거나 혹은 우울해지는 경우를 말합니다. 우리 몸속에 있는 유전자(Gene)도 계절을 타는 것으로 연구 결과 밝혀졌습니다. 날씨가 변하듯이 우리 몸속의 유전자도 계절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죠. 이는 특정 시기에 나타나는 질병과의 연관성을 밝혀낼 수 있어 관심을 모으는 부분입니다.  영국 캠브리지 대학의 크리스 월리스 면역유전학자는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네이처커뮤니케이션즈에 발표하면서 "우리 몸속의 유전자는 계절이 바뀌는 것을 감지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오묘한 우리 몸의 구조 = 우리 몸을 분자 수준에서 이해하기 까지 역사는 그리 길지 않습니다. 분자 생물학을 접하면 어려운 용어들과 먼저 만나게 됩니다. 어떤 의미인지부터 파악한 뒤 연구 결과를 알아보도록 하죠. DNA(Deoxyribonucleic acid, 디옥시리보핵산)라는 말은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유전물질을 말합니다. 이중 나선구조로 돼 있죠. 사실 DNA가 유전물질이라는 것을 알기까지 인류는 많은 노력과 연구가 필요했습니다. 그 다음 유전자(Gene)가 있습니다. 유전자는 DNA 전체가 아니고 특정한 단백질을 합성하는 정보를 가진 디옥시뉴클레오티드의 묶음을 말합니다. 상당히 중요한 존재입니다. 유전자에 이상이 발생했을 때 특정 단백질 형성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이른바 '유전병'이 일어나게 됩니다.  게놈(Genome)은 유전 정보의 총합을 말합니다. 영국 정부에서 현재 '10만 게놈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죠. 특정 암환자 등의 유전 정보의 총합을 규명해 암 등 특정 질병 예방에 나서겠다는 거대 프로젝트입니다. 인간의 유전 정보의 전체를 밝히겠다는 것이죠.  ◆계절 타는 유전자 = 단백질 형성에 관여하는 유전자가 계절을 탄다는 연구 결과를 이제 살펴보겠습니다. 캠브리지 대학 연구팀은 독일, 호주, 미국, 영국, 아이슬란드, 잠비아 등 6개 국가의 1000명이 넘는 사람의 DNA를 조사했습니다. 유전자는 면역체계에 관여하는데 특히 특정 염증에 대처하는 경우 겨울철에 면역 시스템이 훨씬 활발하게 작동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겨울철에 염증성 질환이 발생하면 혈액 속에 있는 유전자가 풀리면서 메신저를 통해 단백질 형성을 위한 청사진 코드를 보내게 됩니다. 이런 방어 시스템으로 추운 겨울날 발생할 수 있는 질병으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한다는 것이죠. 겨울철은 밤이 아주 깁니다. 태양이 사라지고 비구름이 하늘을 뒤덮기도 하죠. 이때 수조개의 T 세포가 감기와 독감 등과 싸우기 위해 몸속에 생성된다는 겁니다. 연구 결과를 보면 혈액 속에 있는 전체 유전자의 5분의1 이상이 계절 변화에 반응한다고 합니다. 이런 계절별 변화는 고혈압, 자기면역 질병, 1형 당뇨병과 같은 질환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6개국 1000명 이상 관찰 = 우리 몸속의 모든 세포에는 같은 유전자 코드를 가지고 있습니다. 특별한 상황에서 이 유전자가 풀려나게 되고 이 유전자는 메신저인 RNA에 노출됩니다. RNA는 유전자가 만든 코드를 집어 들고 단백질을 만드는 과정을 시작하게 되는 것이죠. 연구 결과 혈액 세포 속에 있는 약 5000개의 유전자가 계절의 변화에 따라 변한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윌리스 교수는 "염증은 인간에게 해를 끼친다"며 "특히 겨울철에는 염증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적도 지역에 위치해 있는 잠비아의 경우는 조금 특별했습니다. 잠비아는 겨울이 없기 때문이죠. 대신 잠비아의 경우 말라리아가 극성을 부리는 우기 때 염증 질병이 많아진다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또 이때 유전자가 계절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이런 유전자의 계절별 반응 변화는 왜 일어나는 것일까요. 윌리스 교수는 아직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집안에 머무는 시간이나 먹는 음식의 차이 등 생활 습관에 따른 변화일 수도 있다고 합니다. 윌리스 교수는 아마도 환경적 변화가 가장 큰 원인일 것으로 짐작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낮 시간의 길이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죠. 즉 빛이 생체 시계에 영향을 끼쳐 유전자가 조절 받는다는 겁니다. 온도 변화도 하나의 요인일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윌리스 교수는 "유전자가 계절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원인에 대해 명확한 결론을 내릴 수는 없다"고 전제하면서 "분명한 것은 환경이 변하게 되면 이 변화에 조화를 맞추기 위해 유전자도 적응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특정 질병 출현에 실마리 제공 = 이번 연구는 특정 질병에 대한 출현 시기를 예상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유전자가 계절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면역 시스템과 관련이 있다면 특정 질병이 많이 발생하는 시기와 일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연구팀이 규명한 유전자의 계절별 반응 결과는 겨울철에 심장병이나 류마티스관절염이 많이 발생하는 원인에 대한 연구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박승빈 카이스트 생명화학공학과 교수는 "날씨 변동과 인종의 차이, 생활 습관 등에 따라 유전자는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연구팀이 밝힌 것처럼 단백질 형성에 관여하는 유전자의 계절별 변화의 원인을 한 가지에만 국한시켜 설명할 수는 없는 부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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