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분양률 80%에 그쳐 … 무분별한 개발 우려 커져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정부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권한을 시도지사에게 이양키로 하면서 지방의 개발압력이 높아질 전망이다. 하지만 산업단지와 택지 등이 무분별하게 개발된 후 미분양으로 떠안은 지자체가 적지 않아 또다른 미분양을 양산하는 계기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지난 6일 정부가 내놓은 조치에 따라 앞으로 30만㎡ 이하 중ㆍ소규모 그린벨트 해제 권한은 지방자치단체에 넘어가고 개발사업에 걸리는 기간도 기존 2년에서 1년으로 단축된다. 이에 따라 수도권에서는 아파트 개발이, 지방에서는 산업단지 개발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문제는 그린벨트 해제권이 지자체장에게 부여되면서 전국적으로 개발이 남발될 것이라는 우려다. 선거를 앞두고 표를 의식해서, 또는 선심성 민원을 해결하거나 이해당사자의 이익을 위해 그린벨트 해제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전국의 지자체들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경기도 의왕과 군포 등 그린벨트 해제를 추진중이던 곳은 개발 기대감이 달아올랐고, 지역별로 개발 가능한 예정지를 선별하는 작업에 돌입하는 등 고용 확대와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반면 전국의 1000여곳이 넘는 기존 국가산업단지나 일반산업단지, 농공산업단지 등은 큰 위협을 받고 있다. 지방 중소도시에 인접한 그린벨트 해제 지역이 대거 개발될 경우 가뜩이나 정체된 지방 산업단지의 입지가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현재 전국에 지정된 산업단지는 국가ㆍ지방산단, 도시첨단산단, 농공단지 등 총 1074곳, 13억7486만㎡로 서울시 면적의 2배 규모에 이른다.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전국 산업단지의 분양률은 80.0%에 불과하고, 이 가운데 도시첨단산업단지의 경우 전체 14곳 단지의 면적 가운데 절반에도 못미치는 33.8%만이 개발된 상태다.심지어 입주기업이 1~2곳에 불과해 산업단지라고 부르기조차 민망한 곳도 수십여개다. 한 때 전국에 산단 조성 붐이 일었지만 이후 산업구조 변화에 따른 공급과잉과 부동산 투기 열풍, 지자체들의 무리한 출혈 경쟁 등 각종 문제에 직면한 탓이다.장철순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업들의 확장 이전 등에 맞춰 지방 산업단지 공급은 필요하지만 자칫 무분별하게 지정할 경우 신규 산단에 입주하려는 수요가 부족하거나 기존 산단의 미분양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정부 차원의 적절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기본적으로 그린벨트 지역은 입지가 좋고 땅값이 싸 도심과 거리가 있는 산업단지에 비해 경쟁력이 있다"며 "이 때문에 기존 산단과의 개발 우선 순위를 정리하거나 별도의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특히 정부는 그린벨트 해제 지역에 공공성이 강한 사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지만 사업을 실행할 의지가 있고 능력이 검증된 사업자를 제대로 선별할 수 있는가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규제를 대폭 풀면 과거 그린벨트 해제 때처럼 투기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각 지자체장의 재량권 남용을 막을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심 교수 역시 "과거 다른 나라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무리한 개발사업과 선심성 정책이 결국 지자체의 재정 파탄을 불러오고 그 피해가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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