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럼타워 매각'…5년 만에 물거품된 장세주 회장의 포부

2010년 '페럼타워' 건설했지만 재무악화에 4년만에 매각지난해부터 매각설 끊이지 않아…"자존심 보다는 실리 선택한 것"[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이제 페럼타워는 앞으로 50년, 100년의 미래를 향한 동국제강그룹의 새로운 중심이 될 것입니다."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은 2010년 8월 신사옥인 페럼타워에서 첫 업무를 시작하면서 임직원들에게 이 같은 메시지를 전했다. "세계로 진출하는 동국제강의 상징이 될 것"이라며 강한 기대감과 자신감을 표현하기도 했다.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라틴어로 철(Ferro)이라는 의미를 지닌 '페럼타워(Ferrum Tower)'. 직원들의 자존심과도 같았던 이 사옥은 준공된 지 5년 만에 매각 수순을 밟게 됐다. '50년, 100년'을 내다봤던 장 회장의 원대한 포부도 5년 만에 물거품이 됐다. 자존심보다는 재무 개선이라는 실리를 선택한 셈이다. 장세주 현 동국제강 회장은 2007년 옛 사옥을 철거하고 2010년 1400억원을 들여 페럼타워를 준공했다. 아버지인 고(故) 장상태 명예회장이 생전 "사옥 짓는 일에 마음을 쓰지 말라"는 충고를 남겼지만 장세주 회장은 기업의 정체성을 더욱 확고히 하고자 신사옥 건립을 추진했다. 2008년 기공식 당시 "페럼타워 건립은 기업의 실체와 비전을 더욱 탄탄히 하겠다는 다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철강업황 악화에 따라 동국제강의 경영상태도 나빠지면서 매각설은 지난해부터 끊임없이 제기됐다. 그때마다 장 회장은 "너무 앞서나갔다"며 크게 반발, 페럼타워에 애정을 보여왔다. 올 초에도 "당장은 자산 매각이 아니라 경쟁력 강화에 힘쓰겠다"며 매각설을 일축했지만 경영 악화가 심화되면서 결국 매각으로 방향을 틀었다. 동국제강이 사옥 매각 카드까지 꺼내 든 것은 회사의 현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2013년 811억원 가량의 영업이익을 보던 동국제강은 지난해 204억원 적자를 냈다.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은 1184억원에서 2925억원으로 적자폭이 커졌다. 이 영향으로 신용등급은 최근 6개월 새 두단계나 하락했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20일 동국제강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낮췄다. A-로 강등된지 5개월여 만이다. 앞서 한기평은 지난해 11월 동국제강의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낮추고, 등급전망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내린 바 있다. 오너리스크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우려했던 것으로 보인다. 장 회장은 현재 비자금 조성과 도박 등의 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23일에는 검찰로부터 구속영장을 청구 받아 오너 공백 우려도 커지고 있다. 동국제강은 사옥 매각으로 확보한 4200억원 규모의 매각대금을 하반기 돌아오는 회사채 상환과 운영자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5500억원에서 이번에 4200억원의 현금을 추가로 확보하게 됐다. 매각은 다음 22일 이뤄질 예정이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newsva.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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