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현대차 “러시아 지킨다” 의리경영

루블화 가치 하락에 글로벌 기업들 잇따라 철수하는데…

[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장기화로 접어든 루블화 가치 하락으로 글로벌 기업들의 탈러시아가 확산되고 있지만 국내 업체들은 오히려 현지 영업망 확대에 초점을 맞추는 등 현지인과의 의리경영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러시아에서 철수하던 과거 러시아 모라토리엄 선언때와 비슷한 상황이다. 당시 러시아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미국, 일본 등의 업체가 철수, 시장을 잃어버린 반면 삼성, 현대차, LG의 경우 우의가 발판이 돼 러시아 국민 브랜드로 성장하는 기반을 마련했다. 국내 기업들은 이번에도 현지의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어서 결과가 어떻게 나타날 지 주목된다.

선적을 기다리고 있는 수출용 차량 /

24일 자동차업계 등에 따르면 3월말 GM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을 폐쇄하고 폭스바겐 역시 생산 감축을 결정한 데 이어 PSA(푸조-시트로앵)와 미쓰비시, 르노-닛산 등도 잇따라 러시아 내 사업 축소 방침을 내놓고 있다.PSA와 미쓰비시의 경우 2월에 이어 4~7월에도 칼루가 공장 생산을 일시 중단할 계획인 것으로 확인됐다. PSA는 올해 안에 러시아 판매 모델 수를 기존 30개에서 15개로 축소한다는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100여명의 직원을 감원하는 계획도 논의 중이다. 르노-닛산도 상황은 비슷하다. 2~3월 간헐적으로 진행했던 현지 공장 생산 중단을 확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모스크바에 위치한 르노 생산 공장과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닛산 공장이 대표적으로, 앞서 이들 공장은 2월과 3월에 걸쳐 각각 보름 가까이 가동을 중단한 바 있다.이미 생산 중단ㆍ감축을 추진한 기존 업체들은 추가 대책을 준비 중이다. GM은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폐쇄 기간을 상반기 이후로 연기한 데 이어 연내 오펠 브랜드와 쉐보레 주요 모델을 철수하기로 했다. 다만 쉐보레 콜벳, 카마로 등 일부 대형 모델의 판매는 유지, 캐딜락과 함께 프리미엄 모델 중심으로 사업성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폭스바겐은 칼루가 공장 감산을 선언한 데 이어 근무일 조정, 감원 등 다양한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하지만 2018년까지 12억유로를 투자하겠다는 중장기 계획은 그대로 진행한다.포드는 러시아 자동차회사 솔례르스와 합작한 조인트 벤처 지분을 지배 가능한 수준으로 늘리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최근 브세볼로시스크 공장의 주력 모델인 포커스(C2)의 생산을 5월 중순까지 중단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이같은 분위기는 전자업계에서도 감지된다. 애플만 하더라도 루블화 가치에 맞춰 주요 제품 가격을 35%나 인상한 데 이어 변동성이 커진 시점에서는 제품 판매를 일시 중단하기도 했다. 지난해말에는 아이폰6 등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의 온라인 판매 사이트를 폐쇄했다. 루블화 폭락으로 가격책정이 어렵다는 게 이유였다.러시아에 진출한 서유럽 가전업체 역시 일부 대리점을 통해 판매 모델을 축소하거나 조달 물량을 줄이는 등 수익 감소 최소화에 나섰다는 게 현지 관계자의 설명이다.반면 국내 업체들의 경우 영업망 유지에 초점을 맞춰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러시아 내 사업 규모를 줄이는 대신 스마트폰과 가전제품의 서비스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지에 법인을 두고 있는 데다 생산공장까지 보유하고 있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LG전자도 마찬가지로 환율에 맞춰 제품 가격을 조정하는 동시에 마케팅을 강화하며 고객 잡기에 성공했다. 파나소닉 등이 러시아 위기시 철수하면서 신뢰를 읽었던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인지도를 높이는 시점으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인 셈이다.자동차업계도 마찬가지다. 러시아 시장 점유율 20%를 유지하고 있는 현대기아차는 현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지 생산 차종인 쏠라리스(현대차)와 리오(기아차)가 단일 모델 기준 판매량 2ㆍ3위를 기록하는 등 꾸준히 선전하고 있어서다.현대차 관계자는 "러시아 내 딜러, 사업망 관리 차원에서 영업을 최대한 정상적으로 운영할 방침"이라며 "전반적인 경제 상황과 자동차 수요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 탄력적인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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