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텐센트도 올초 WeBank 설립...정부, 6월까지 최소자본금 등 도입방안 발표
[임종룡 3대 키워드] 비대면 금융거래, 인터넷전문은행, 은산분리 완화
[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미국의 알리 뱅크(ally bank)는 예금기준 미국 내 29위인 대형은행이다. 다른 시중은행과 다른 점은 이 은행은 오프라인 점포가 하나도 없는 인터넷전문은행이라는 것이다. 제너럴모터스(GM)의 자회사라는 점을 십분 활용해 자동차 딜러 대상의 기업대출과 구매자 대상의 할부금융에 특화한 서비스에 주력했다. 그 결과 얼굴도 보지 않은 고객들이 이 은행에 맡긴 자산은 1000억 달러를 훌쩍 넘는다. 정부의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의지가 확고하다. 2002년, 2008년 이후 세 번째 도전이다. 정부는 "이번엔 다르다"며 도입 성공을 자신하고 있다. 핀테크 바람 속에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을 위한 환경이 조성됐다는 시각이다. 정부는 오는 6월까지 인터넷전문은행 도입방안을 발표하고 올해 안으로 1호점을 출범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은 국내서는 낯설지만 글로벌 금융시장에선 익숙한 개념이다. 미국에서 1995년 세계 최초의 인터넷전문은행 'SFNE'가 설립됐고 이후 2000년 전후로 미국과 영국, 일본을 위주로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우후죽순 들어섰다. 2008년 금융위기로 적지 않은 인터넷전문은행이 파산하거나 영업망을 줄였지만, 이후 글로벌 경제가 살아나며 되레 성장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해외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저마다 기존 은행과 다른 차별성 혹은 비금융사와의 시너지 효과를 내세우며 수익을 내고 있다. 대표적으로 중국의 텐센트는 올초에 인터넷전문은행 'WeBank'를 출범했는데 소매ㆍ기업금융과 신용카드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텐센트의 온라인 메신저 'QQ' 가입자 8억명과 모바일메신저 '위챗' 가입자 6억명이 든든한 수익 배경이다. 우리도 인터넷전문은행 물꼬를 터야만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는다는 게 정부의 시각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인터넷전문은행을 외면하면 세계 금융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숙제도 만만찮다. 최저자본 문제는 금융당국이 시급하게 풀어야 할 숙제다. 현행법에 따르면 은행업을 하려면 최소 자본금 1000억원(지방은행은 250억원)을 유지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재벌 대기업의 진입을 막은 상황에서 인터넷전문은행 활성화를 위해서는 최저자본 기준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당국은 최저 자본금을 500억원으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자본금을 오히려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해외 사례를 봤을 때 인터넷전문은행이 손익분기점에 도달하기까지는 4~5년의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 초기 수년간의 적자를 버티기 위해서라도 충분한 자본이 필요한 만큼 현재의 자본기준을 인터넷전문은행에도 그대로 적용하는게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이 기존 은행과의 차별성을 내세우지 못하면 정착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미국은 전체 인구의 25%가 은행 계좌를 갖고 있지 않고 중국도 금융 규제로 뱅킹서비스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반면, 우리나라 시중은행들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뱅킹 서비스를 제공해 사실상 인터넷전문은행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게다가 비대면 금융거래 도입으로 계좌 개설까지 인터넷으로 할 수 있게 된다면 이 둘의 차이점을 찾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따라서 인터넷전문은행이 제대로 뿌리를 내리려면 '플러스 알파'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서병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시중은행들의 인터넷뱅킹 서비스가 우수해 이와 차별되는 기능을 갖춰야만 인터넷전문은행이 정착할 수 있다"며 "주주 특성이나 제휴 관계 등을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의 차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승종 기자 hanaru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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