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슬픈 도전' 성공…광장에 수놓인 4160개 촛불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17일 저녁 서울광장서 촛불 4160개로 세월호 형상 만들어....가장 많은 촛불 형상 '기네스북 등재' 성공

[아시아경제 원다라 기자] "이번 행사는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동시에, 진상규명이라는 우리의 염원을 전 세계에 호소할 수 있는 가장 슬픈 도전이 될 겁니다".(권영빈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진상규명분과소위원장)봄이라는 계절이 무색할 만큼 17일 저녁 서울광장에는 찬 바람이 쌩쌩 불었다. 하지만 쌀쌀한 날씨에도 이날 9시6분 광장에 모인 4160명의 시민 손에는 작은 촛불이 들려있었다. 4160개의 촛불은 하나씩 모여 바다 속으로 가라앉은 세월호가 됐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기록'은 그렇게 성사됐다.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와 민주주의 국민행동은 이날 오후 7시부터 서울시 중구 서울광장에서 '세상에서 가장 슬픈 도전' 추모행사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세월호를 기억하는 4160명의 시민들이 촛불로 8분30초 간 세월호 형상을 만들어 기네스북에 등재시키는 행사였다.이날 기네스 기록에 도전하는 촛불은 총 4475개였다. 당초 4160명의 촛불로 기네스 등재를 성사시키려 했지만, 주최 측은 불참자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이보다 조금 더 많은 신청자를 받았다. 그러나 이 같은 우려는 기우였다. 1만원의 신청비를 내야 하는 행사인데도 주최 측 추산 5000여명(경찰 추산 5000명)이 광장을 가득 메웠다.본격적인 리허설과 행사 등은 오후 7시부터 시작됐지만, 서울광장에는 이미 오후 6시께부터 일찌감치 긴 줄이 늘어서기 시작했다. 세월호를 추모하려는 시민들은 서울광장을 빙 둘러싸고도 지하철 시청역(1·2호선) 지하도까지 약 20m가량 이어졌다. 쌀쌀한 날씨에 대비하기 위해 핫팩, 담요 등을 준비한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행사에 앞서 가수 손병휘씨가 세월호 추모곡인 '잊지 않을거야'를 열창했다. 손씨는 노래에 앞서 "내년에는 4월16일을 기억하되, 이 노래가 아닌 다른 노래를 불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공감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노래를 따라 부르던 시민 김연희(22·여)씨는 "'절대 잊지 않기를 바래 용서하지 않기를 바래'라는 가사가 특히 마음에 와 닿는다"고 전했다.서울광장 곳곳에는 핀이 꽂혀 있었다. 질서정연하게 핀으로 그린 도안에 맞춰 시민들이 자리에 앉았다. 이들이 든 촛불은 아직 바다 속에 가라앉은 채 인양을 기다리는 세월호가 됐다. 행사 관계자는 "촛불을 켜는 퍼포먼스는 우리가 못 구한 세월호를 구하고 인양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목표인원이 모두 모인 오후8시20분부터는 서울광장 출입이 통제됐다. 입장하지 못한 사람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한 채 광장을 둘러싼 채 촛불을 들었다. 이날 행사 참가를 위해 광장을 찾은 박현숙(40·여)씨는 "사람들이 많이 오지 않을 것 같아 현장 접수를 하려고 왔는데, 벌써 (인원이) 다 찼다니 아쉽다"며 "그래도 끝까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오후 9시6분, 드디어 4160개의 촛불이 세월호를 그려냈다. 8분30초 동안 이어진 행사를 통해 '세상에서 가장 슬픈 촛불'은 기네스 기록 도전에 성공했다. 단원고 2학년7반 고(故) 찬우군의 아버지 전명선 4·16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시민 여러분들이 밝혀주시는 촛불을 보고 다시 한 번 희망을 얻게 됐다"며 "나중에 찬우를 만났을 때는 미안하지만 부끄럽지 않은 부모로서 다시 꼭 만나겠다는 그 약속을 꼭 지키고 싶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찬우 아버님 힘내세요"라는 외침과 함께 박수로 화답했다.그러나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한 길은 험난하다. 정부는 세월호 진상조사특위의 예산을 축소하고 공무원을 파견하려는 의도를 계속 관철하려 하고 있다. 감시하고 바로잡아야 할 정치권에는 유족들의 슬픔까지도 이념 논쟁으로 몰고 가려는 이들이 우글거리고 있다. 비록 세월호 인양과 진상규명을 위한 4160개의 촛불이 서울광장을 밝혔지만, 광화문 광장에서 농성하고 있는 유가족들은 경찰병력에 포위돼 있는 이날 저녁의 상황은 이같은 현실을 상징하는 듯 했다.원다라 기자 supermoo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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