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앗아간 청춘, 그 찬란했던 기억…영화 '청춘의 증언'

[리뷰]작가 베라 브리튼의 동명의 전쟁 회고록 바탕으로 한 영국 클래식 영화

영화 '청춘의 증언'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1914년 6월28일 오스트리아 황태자가 살해당했다. 작가 베라 브리튼이 스무살 되던 무렵이다. 그가 보수적인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어렵사리 영국 옥스퍼드대학에 시험을 쳐 합격을 한 때이기도 하다. 각 신문마다 '황태자 피살'을 헤드라인으로 크게 보도해도 배라는 사태의 심각성을 전혀 체감하지 못했다. 그녀의 관심사는 오로지 문학과 새로운 캠퍼스 생활, 그리고 그녀가 흠모하는 롤랜드뿐이었다. 그로부터 한 달 후 제1차 세계대전이 터졌다. 영국과 프랑스, 독일이 전쟁의 대열에 가세했고, 수많은 젊은이들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전선으로 향했다. 베라의 주변에도 전쟁의 기운이 흘러들었다. 베라를 늘 지지해 주던 동생 에드워드가 자원 입대에 나섰고, 베라를 짝사랑하던 빅터와 그녀의 연인 롤랜드까지 차례로 전쟁터로 향했다. 그리고 비극은 시작됐다. 작가 베라 브리튼이 쓴 전쟁회고록 '청춘의 증언(Tastement of Youth)'이 영화로 만들어졌다.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 사랑과 우정으로 찬란했던 청춘이 전쟁의 폭력 속에 어떻게 아스러지는지 영화는 네 사람의 인물을 통해 그려낸다. 실제로 베라 브리튼이 쓴 '청춘의 증언(1933)'은 자신이 겪은 전쟁의 경험을 감성적이면서도 생생하게 묘사해 어느 작품보다 더 강하게 반전의 메시지를 전한다. 그가 남긴 방대한 자료를 영화로 각색하는 데만 6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영화 '청춘의 증언'

처음에 베라는 전쟁에 대해 안이하게만 여겼다. 남동생이 군대에 자원한다고 했을 때도 그저 혈기왕성한 젊은이라면 으레 가는 곳으로 인식했다. 하지만 사랑하는 이들이 모두 전쟁터로 떠나자 베라는 그들을 위해 간호사로 자원하게 되고, 그 곳에서 지옥을 경험하게 된다. 전쟁은 총과 칼을 든 군인들,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이들을 전선으로 등떠민 여자들의 책임도 있다는 것을 베라는 깨닫게 된다. 때문에 베라가 마지막에 사람들 앞에서 펼치는 연설은 전쟁의 비극과 시대의 아픔을 전하기에 충분하다. '로얄 어페어', '엑스 마키나' 등에 출연했던 스웨덴 출신 배우 알리시아 비칸데르는 자의식이 강하며, 시대에 저항하는 주인공 '베라'의 모습을 당차게 연기한다.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로 스타덤에 오른 테론 에저튼이 베라의 남동생 '에드워드'로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며, '롤랜드' 역은 인기 미드 '왕좌의 게임'에 출연했던 킷 해링턴이, '빅터'는 콜린 모건이 맡았다. 오랜만에 스크린에서 만나는 영국 시대극 영화라는 점에서도 볼거리가 풍부하다. 극 초반 네 인물들이 청춘의 즐거운 시간을 함께 보내는 장면의 영상은 우아하고 아름다워서, 후에 전쟁이 남긴 비극과 더한 대비를 이룬다. 영국 드라마 특유의 침착하면서도 정직한 스토리 라인은 새로울 것은 없지만 영화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는 효과적이다. '마가렛', '앤 리스터의 비밀 일기' 등을 선보인 제임스 켄트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9일 개봉.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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