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사르 습지’ 인천 송도갯벌에 제2외곽도로 관통이 웬말?

국토부 인천~안산구간 예비타당성조사 결과… 환경단체들 “고속도로 분기점 건설 재조정해야”

[아시아경제 박혜숙 기자] 국토교통부의 제2외곽순환고속도로 건설 계획이 ‘람사르 습지’로 지정된 인천 송도 갯벌을 관통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송도 갯벌은 람사르 습지 지정 당시 향후 보전계획수립이 조건부로 제시된만큼 이 곳에 도로가 건설되면 람사르 등록이 취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3일 인천환경운동연합, 인천녹색연합에 따르면 국토부가 최근 실시한 ‘제2외곽순환고속도로 인천∼안산 구간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 총 21.3㎞ 가운데 3㎞가량이 송도 습지보호지역을 지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송도습지보호지역 내에 인천대교 분기점도 설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이들 단체는 “지난해 인천시는 멸종위기 조류가 서식하는 송도갯벌을 국제적인 차원에서 보호하기 위해 람사르 습지로 지정했다며 대대적인 홍보를 하고, 인천이 글로벌 환경생태도시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발표했다”며 “하지만 불과 1년도 지나지 않아 람사르 습지를 파괴하는 고속도로 건설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주장했다.이어 “인천대교와 제2외곽순환도로가 교차하는 분기점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람사르 습지에 엄청난 규모의 기둥을 박는 것이 불가피하다”며 “보호지역이 훼손되지 않도록 제2외곽순환도로 설계를 재조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특히 이들 환경단체는 인천시가 송도 갯벌을 제대로 보전하겠다는 조건으로 람사르 습지 등록 허가를 받았다며 국제협약(람사르협약)을 무력화시키는 도로계획에 우려를 표명했다.스위스에 본사를 둔 람사르 사무국은 지난해 7월 송도 6·8공구 옆 2.5㎢, 11공구 옆 3.61㎢ 등 송도 갯벌 습지보호지역 6.11㎢를 람사르 습지로 지정했다. 국내 19번째다. 당시 람사르 사무국은 저어새·검은머리갈매기 등 세계 멸종위기종이 서식하는 송도 갯벌을 체계적으로 보전할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송도 갯벌이 여전히 매립중인 것에 우려를 표하고 갯벌보호지역 확대, 보전계획수립 등을 람사르 등록의 조건으로 제시했다. 박주희 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은 “도로가 건설되면 습지보호지역은 사실상 그 기능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며 “인천 도심의 마지막 남은 갯벌을 보호하지도 못할 뿐더러 람사르 등록이 취소될 시 자칫 국가적 망신도 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갯벌의 끝을 알 수 없어 ‘먼우금’이라 불렸던 송도갯벌은 대부분 매립돼 지금은 아파트 숲으로 변했으며, 마지막 남은 송도갯벌이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돼있다.특히 송도갯벌은 세계적으로 2000여 마리밖에 없는 저어새의 중요한 번식지이고, 1만여 마리가 생존해 있는 검은머리갈매기의 서식지로 보존가치가 매우 높다.박혜숙 기자 hsp0664@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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