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짜장] (1) '과연 정말로'라는 뜻의 순우리말 (2) 춘장을 볶은 중국풍 소스. 짜장뉴스는 각종 인터넷 이슈의 막전막후를 짜장면처럼 맛있게 비벼 내놓겠습니다. 과연? 정말로?[아시아경제 김철현 기자] 연일 연예인들의 눈물이 화제입니다.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해명을 위한 기자회견을 자청한 뒤 어김없이 눈물을 쏟습니다. 벌게진 눈과 떨리는 목소리, 눈물을 흘리는 순간의 동작은 굉장히 극적입니다. 그래서 논점보다는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더 부각되기도 합니다. 억울하고 분하고 슬픈 마음에 감정이 북받쳐 자연스레 눈물이 쏟아진 것이겠지만 흐름을 따라가 보면 왜 기자회견을 했는지보다 오열하는 그 모습만 기억에 남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다 보면 기승전결이 아닌 '기승전루(起承轉淚)'가 연예인 기자회견의 공식으로 자리 잡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웃어라 온 세상이 너와 함께 웃을 것이다. 울어라 너 혼자 울 것이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 '올드보이'에 나오는 말입니다. 한 주 사이 세 명이나 눈물의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이들의 눈물은 얼마나 공감을 이끌어냈을까요. 그리고 그 안에는 어떤 원리와 진실이 숨어있을까요.지난 1일 김태우는 길건과의 전속계약 분쟁과 관련해 기자간담회를 열고 "가족을 향한 나쁜 시선들이 저를 이 자리까지 오게 한 가장 큰 이유"라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또 "다시 한 번 부탁드린다. 내가 결정한 일들이니 가족 대신 나를 질타해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김태우
이에 앞서 논란의 당사자인 길건도 지난달 31일 기자회견을 열고 눈물을 보였습니다. 그는 "김애리 이사로부터 '길건씨 돈 갚아야죠'라는 말을 수없이 들었다. 무시, 냉대, 왕따 등의 모멸감을 참고 견뎠다"고 말했습니다.
길건
가수 태진아도 지난달 24일 미국 억대 도박설과 관련한 기자회견에서 "일주일간의 여행은 제 가족에게 꿈이었다"며 "억대 원정도박이 아니다. 진짜 억울하다. 다시는 카지노를 쳐다보지도 않겠다"며 눈물을 보였습니다.
태진아
각 사안의 진실은 알 수 없으나 온라인을 통해 진행되는 마녀사냥식의 공격들과 확인되지 않은 루머, 그리고 특히 김태우와 태진아의 경우 가족까지 피해를 입는 상황이 이들의 눈물의 원인일 것입니다. 이 같은 감정의 눈물은 인간만 흘린다고 합니다. 기쁘거나 슬플 때, 그리고 대중 앞에서 울어야 할 만큼 분할 때 부교감신경의 활동으로 눈물이 분비됩니다. 이렇게 흘리는 눈물은 눈을 보호하기 위해 나오는 눈물이나 양파를 깔 때 나오는 눈물과는 성분도 달라 카테콜라민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 성분이 더 많이 포함돼 있습니다. 한바탕 울면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또 감정 상태에 따라서도 다른데 분해서 흘리는 눈물에 나트륨 함량이 더 많다고 합니다. 그래서 찍어 먹어보지는 못했지만 아마도 최근 연예인들이 기자회견에서 흘린 눈물들은 평소보다 더 짰을 겁니다. 그렇다면 이들의 눈물은 얼마나 공감을 이끌어냈을까요. 사안이나 주체에 따라 다르겠지만 통상 눈물은 보는 이의 감정을 흔들게 마련입니다. 미국의 한 과학 매체는 '눈물이 항복을 의미하며 좋은 관계를 유지하겠다는 메시지'라는 내용을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너를 결코 이길 수 없다. 말을 잘 들을 테니 많이 도와달라'라는 의미가 눈물에 포함돼 있다는 이스라엘 과학자의 연구결과를 인용한 것입니다.연예인들에게 그 대상은 아마도 대중일 것입니다. 여하튼 눈물이 대중의 방어 수준을 낮추는 것은 분명합니다. 이렇게 보니 분하고 억울할 때 하는 기자회견에서 눈물은 필수일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눈물과 관련해서는 고대 이스라엘에서 흥미로운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에서는 각자 눈물병이 있어 슬픈 일이 생길 때 마다 눈물을 받아 보관했다고 합니다. 이 병을 소중하게 생각해 죽을 때 함께 묻을 정도였습니다. 이렇게 눈물을 귀하게 여겼던 이스라엘 사람들이 가장 진실한 눈물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남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혼자 훔치는 눈물이었다고 합니다.다시 기자회견 얘기로 돌아와서 많은 '기승전루'의 기자회견이 있지만 한 방울 눈물 없이 지금껏 가장 기억에 남는 기자회견을 한 이는 2008년의 나훈아입니다. 당시 그는 신체 훼손설 등의 루머에 대응해 기자회견을 열고 테이블 위에 올라가 바지를 내려 5분간 보여주면 믿겠냐고 말했습니다. 7년이 지난 지금 돌이켜보면 왜 기자회견을 했는지는 가물가물하고 바지춤을 잡고 있던 그 모습만 생각납니다. 고수의 기자회견. 이른바 '기승전탈(起承轉脫)'입니다.
나훈아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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