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도, 기업도 돈을 쓰지 않고 쌓아놓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가계는 고용불안과 노후대비 걱정 등으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기업은 좀처럼 가시지 않는 국내외 경기 불확실성에 투자를 꺼리며 막대한 유보금을 그대로 움켜 쥐고 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내수 활성화도, 경기 살리기도 공허한 구호에 그칠 공산이 크다. 얼어붙은 경제심리를 살려낼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한국은행이 어제 발표한 '2014년 중 자금순환'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비영리단체 포함)의 여유자금을 뜻하는 잉여자금 규모는 91조7000억원으로 1년 사이 4조3000억원 늘어났다. 잉여자금의 증가는 가계가 소비를 하는 대신 은행예금과 연금ㆍ보험 등으로 쌓아둔 돈이 많아졌다는 뜻이다. 고용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노후 대비를 해야 하니 가계가 씀씀이를 줄일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가계 씀씀이를 보여주는 평균소비성향 역시 지난해 역대 최저치인 72.9%로 떨어졌다. 사정은 기업도 마찬 가지다. 재벌닷컴 조사에 따르면 삼성과 현대차 등 10대그룹 96개 상장계열사의 지난해 말 현재 사내 유보금은 503조9000억원에 이른다. 1년 사이 37조6300억원(8.1%)이나 늘어난 것이다. 기업이 영업과 자본거래에서 얻은 이익 중 배당이나 상여 지급 등을 뺀 사내 유보금이 크게 늘어났다는 것은 그만큼 벌어 들인 돈을 투자 등에 쓰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경기를 살리기 위해서는 내수의 회복이 급선무다. 기업이 미래를 위한 투자에 적극 나서고 가계는 적정한 소비를 유지하는 게 내수를 진작시키는 기본이자 지름길이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려 초저금리시대를 연 것도 그런 뜻이다. 문제는 얼어붙은 가계와 기업의 경제 심리다. 돈이 제대로 돌게 하는 과감한 경제정책이 절실한 시점이다. 기업의 투자부진과 가계소비 위축의 근본적인 원인은 경기회복의 불확실성에서 출발한다. 정부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8%로 내세웠지만 대부분의 경기예측기관은 그보다 훨씬 아래로 예상치를 낮추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3차례에 걸친 기준금리 인하효과는 아직 불분명하다.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시장의 불신을 깨고, 미래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지 않는다면 얼어붙은 경제심리는 쉽게 살아나지 않을 것이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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