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리 효과' 여기 또 있네…유기동물 급감

서울 지역 유기 동물 2010년 2만4400여마리에서 지난해 9553마리로 61% 감소...제도적 대책-인식 제고-유명인사 동물보호활동 등 영향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출처 : MLB파크)

올해 말 정년 퇴직하는 A(60)씨는 최근 아내와 함께 집 근처 유기동물 보호소를 찾아 개 한 마리를 더 입양했다. 이미 한 마리를 키우고 있지만, 퇴직 후 내려가 살기 위해 얼마 전 마련한 강원도 시골의 전원주택에선 아무래도 두 마리가 나을 것 같아서다. A씨는 "자식들은 직장ㆍ가정 일로 바빠 얼굴을 보기 힘들지만 애기(애완견)들은 다르다. 몇년 전 부터 아내와 함께 애기들 돌보는 재미로 살고 있다"며 "앞으로 애기들과 늙어 죽을 때까지 같이 생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최근 서울 시내 유기동물의 숫자가 급격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기 동물을 줄이기 위한 제도적 대책이 효과를 봤고, 가수 이효리ㆍ영화감독 임순례씨 등 유명 인사들의 동물 보호 활동과 1인 가구 증가 등 급속한 핵가족화의 영향으로 '반려 동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18일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5년새 서울 시내에서 버려지고 있는 개ㆍ고양이 등 유기 동물의 숫자가 크게 감소했다. 서울 시내 유기 동물 숫자는 2000년대 이후 매년 조금씩 늘어나 2010년 개 1만1120마리ㆍ고양이 1만2958마리 등 총 2만4490마리에 달했다. 하지만 이후 계속 감소해 최근 3년새 절반 넘게 줄었다. 우선 2011년 1만9751마리(개 8513마리ㆍ고양이1만798마리ㆍ기타 440마리)로 줄었고, 이어 2012년 1만3563마리(개 7860마리ㆍ고양이 5350마리ㆍ기타 336마리), 2013년에는1만1395마리(개 7765마리, 고양이 3269마리, 기타 361마리)로 감소했다. 지난해에도 감소세가 계속돼 개 6644마리, 고양이 2618마리, 기타 291마리 등 9553마리의 유기 동물이 발생해 10년 만에 1만 마리대 이하로 떨어졌다. 가장 많았던 2010년에 비해 3년 만에 유기동물 숫자가 61%나 감소한 셈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나 전문가들은 우선 2013년부터 시행된 반려견 등록제 등 유기 동물 감소를 위한 제도 시행이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특히 유기 동물 숫자가 많이 줄어 든 고양이의 경우 2013년 동물보호법 개정과 함께 포획 및 보호 대상에서 제외된 영향이 컸다. 시나 지자체는 이후 고양이에 대해 중성화시켜 방사할 뿐 예전처럼 포획한 후 주인을 못 찾을 경우 안락사시키는 정책은 펴지 않고 있어 유기 동물 집계에서 제외한 상태다.

가수 이효리와 반려견 순심이. 사진출처=이효리 트위터

또 1인 가구 증가 등 핵가족화의 영향에다 이효리나 임순례 감독 등 유명인사들의 동물 보호 운동 전개가 사회적 관심을 끌어 반려 동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제고된 것도 영향을 줬다. 최근 발생한 동물 학대 사건들이 예전과 달리 사회적으로 크게 이슈화되고 지탄받는 것과 유사한 맥락이다. 시 동물보호과 관계자는 "TV 등 각종 매체에서 동물 관련 프로그램을 통해 동물을 유기할 경우 결국 학대나 안락사로 이어진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고 있다"며 "예전과 달리 사람들이 애완견 등을 단순히 놀잇감으로 생각치 않고 말 그대로 '반려' 동물로 생각하는 경향이 많아지는 등 동물권에 대한 의식 변화가 유기 동물 숫자 감소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연구원이 2014년 반려동물을 키우는 서울시민 502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 한 결과 반려동물 사육시 어려운 점으로 동물 진료비(27.3%), 이웃피해(13.3%), 시간 부족(12.7%), 위생상 문제(12.2%) 등이 꼽혔다. 사육 포기 원인으로는 장기간 부재(25.9%), 개인적 사정ㆍ경제적 원인(각 11.6%) 등의 답이 나왔다. 또 서울 시내 유기 동물의 절반 가량은 입양(45.%)되지만, 나머지 절반(53.9%)은 안락사 또는 자연사로 처리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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