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가 '뛰는 달러'의 등에 올라탔다. 최근 미국 달러화가 급등세를 보이며 미국과 유럽의 주요 증권시장 주가가 일제히 하락하고 오르던 국제유가는 다시 떨어지는 등 후폭풍이 거세다. 한국 경제도 예외가 아니어서 원화 값은 급락하고 주식시장이 휘청인다. 달러화 강세 행진은 앞으로 상당기간 이어질 전망이어서 금융과 실물경제에 타격이 없도록 면밀한 대응책이 요구된다. 달러화의 초강세는 '나홀로 성장세'로 비유되는 미국 경제의 상대적인 호조에서 출발한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양적완화를 종료한 데 이어 연내 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반면 유럽연합은 최근 대규모 돈 풀기에 나섰다. 경기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자인한 것이다. 이는 달러화 강세 기조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유로화에 대한 달러 값이 12년 만에 최고수준까지 치솟고 신흥국 통화도 뒤따라 급락했다. 환율이 요동치자 미국은 물론 다른 나라의 금융시장도 불안감을 드러냈다. 달러화 강세와 이에 따른 원화 약세는 우리 경제에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다. 수출에는 일단 도움이 되겠지만 수입 원자재를 많이 쓰는 기업은 타격을 받고 금융ㆍ외환시장의 불확실성은 확대된다. 미국이 세계 금융시장에 깔린 달러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고, 신흥국의 환율 불안이 증대되면 우리의 외환시장과 증권시장의 리스크도 커진다. 환율변동 속도가 빠르고 폭이 커지면 더욱 그렇다. 전문가들은 달러화의 강세 현상이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내다본다. '1달러=1유로' 시대가 초읽기에 들어갔으며, 달러당 엔화 환율이 130엔에 이를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또 하나의 변수는 올 하반기로 예상되는 미국의 금리 인상이다. 긴축으로의 정책전환을 뜻하는 미국의 금리인상은 경기 회복을 위해 유동성 확대에 나서고 있는 다른 경제권을 혼란에 빠뜨리기에 충분하다. 눈덩이 가계부채가 시한폭탄이 된 한국 경제도 진퇴양난의 곤경에 빠지게 될 것이다. 달러화 강세는 대세다. 글로벌 환율전쟁이 미치는 파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주춤한 수출을 타개하는 기회로 삼는 한편 외환ㆍ금융시장의 방호벽을 튼튼히 쌓아야 한다. 정부와 한은, 기업, 금융권 모두 강달러 시대에 상응한 효율적인 전략과 대책을 세울 때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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