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시설 국공립 전환 본격 추진에 기존 시설 및 신규 전환 시설간 편차·비리 우려·특혜 논란 등 불거져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유제훈 기자] 서울시가 최근 어린이집 학대 사건 등을 계기로 대대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사업을 두고 '졸속 추진' 논란이 일고 있다. 같은 구립 어린이집이지만 단독주택ㆍ마당을 갖춘 쾌적한 곳이 있는 가하면 낡은 상가ㆍ관리동에 입주해 비좁고 놀이터도 없는 열악한 곳도 있는 등 시설간 편차가 있어 보육의 질도 평등하게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민간 어린이집 인수ㆍ인계 과정에서 보상액 책정 등 부정이 발생할 소지가 높고, 시설을 시에 넘긴 어린이집 원장들만 특혜를 받아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는 최근 몇 년새 공공 보육을 강조한 박원순 시장 취임 이후 신규 또는 기존 민간어린이집의 국공립 전환에 대대적으로 나섰다. 어린이집 학대 사건 등에 대한 대책의 일환이기도 하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2232억원이 투입돼 296개의 민간어린이집이 국공립으로 전환됐다. 올해도 945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며, 올해부터 오는 2018년까지 1000개의 국공립 어린이집을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다.시는 이를 위해 최소 200㎡ 이상의 어린이집 설치 장소를 무상 임대 또는 기부채납하거나, 설치 비용 일부 또는 전부를 부담하는 것을 조건으로 민간어린이집을 국공립으로 전환해 신축 및 리모델링ㆍ기자재비와 인건비 80% 등 운영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기존 구립 어린이집에 비해 신설ㆍ전환 국공립어린이집들의 시설 규모가 열악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시가 지난 3년간 전환시킨 296개 국공립어린이집 중 72%를 차지하는 '비용절감형' 시설의 전환비용은 1곳당 평균 3억9000만원에 불과해 기존 구립 어린이집(1곳당 평균 22억원)보다 훨씬 적다. 지난 5일 찾은 서울시 성동구 A구립어린이집은 시가 수십억원을 들여 2013년 신축해 원아 97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시설로 깔끔한 데다 아이들이 마음놓고 뛰어 놀 수 있는 시설과 놀이터가 잘 갖춰져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학부모 B(38ㆍ여)씨는 "여기에 당첨됐을 때 대학에 합격한 것 마냥 기뻤다"며 "시설이 좋고, 국공립인 만큼 교사들도 아이들을 잘 돌봐줘서 만족스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2013년 전환된 C구립어린이집은 대조적이었다. 같은 날 찾아간 이곳은 아파트 단지 내 관리동에 입주한 탓에 같은 85㎡ 규모로 비좁았다. 별도의 놀이터도 갖추지 못했다. 한 눈에 봐도 단독주택에 마당까지 갖춰진 다른 구립어린이집과는 차이가 있었다. 역시 같은해 민간에서 구립으로 전환된 성동구 D구립어린이집도 마찬가지였다. 한 아파트 낡은 상가 2층에 전세로 입주한 어린이집의 시설은 열악했고 놀이시설도 없었다. 정부의 관련법 개정에 따라 올해부터 비좁은 아파트 내 가정어린이집까지 대거 국공립으로 전환할 계획이어서 열악한 환경에 대한 논란은 더 거세질 전망이다. 어린이집 인수 인계 과정에서 시설 보상 등에 공무원들이 개입할 수 있는 재량권이 생겨 비리 발생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시설 비용이나 기존 사용 기자재 등을 보상해 줄 때 공무원의 판단에 따라 돈의 규모가 달라지기 때문에 언제든지 비리가 생길 수 있다"며 "이로 인해 현장에서 어린이집 원장들 사이에선 어떻게 해야 보상을 더 받는 지 노하우를 주고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구립으로 전환된 어린이집의 운영권을 기존 원장에게 그대로 부여해주고 있는 것도 논란의 대상이다. 보상을 받고 시설을 넘겨 비용을 회수한 뒤에도 최소 10년간 운영비를 지원받으면서 운영권을 보장받아 자기 시설처럼 운영하기 때문에 다른 사설 복지단체ㆍ기관들처럼 횡령ㆍ비리 등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우려가 높다는 것이다.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시설이 비좁은 곳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아동 1인당 면적기준이 2005년 이전 3.5㎡에서 현재 4.29㎡로 확대됐고 전환 어린이집들도 이 기준을 적용해 정원을 줄이고 있다"며 "가정어린이집 등 전환 시설들에 대해선 리모델링을 진행하는 등 보육 품질을 확보하기 위해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전환 과정에서의 비리 발생 소지에 대해선 "보상액 선정 등에 공무원들이 임의로 개입할 수 있는 부분이 별로 없고 기준이 정해져 있다"며 "새 걸로 사는 것 보다 중고를 사는 것이 서로 윈윈하는 것이고 민간어린이집에 대한 유인책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전환 시설 원장에 대한 특혜 논란에 대해선 "사전 심사를 통해 문제가 있는 곳은 전환 대상에서 제외시키고 있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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