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 앞둔 한은, 쏟아지는 변수의 복잡한 셈법‥꺼낼 카드는?

[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디플레이션이냐, 가계부채냐, 통화전쟁이냐, 미국 금리인상이냐." 12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기준금리를 둘러싼 방정식이 복잡해지고 있다. 최근 세계 중앙은행들이 통화전쟁에 몰두한 상황에서 미국의 금리인상 함수까지 따져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유렵연합(EU), 중국 등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절반이 양적완화, 금리 인하 등 통화완화 조치를 시행했다. 이스라엘, 인도네시아 등 18개국은 정책금리를 내렸다. 한국의 기준금리는 2.0%로 사상 최저 수준이지만 이들 나라가 금리를 낮추면서 상대적으로 높아졌다. 원화가 올 들어 상대적인 강세를 보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같은 변수가 바로 이번 금통위서 금리인하를 단행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측의 논리 중 하나이기도 한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에서 2월 미국 고용지표가 시장 예상을 크게 웃돌자 미국의 금리 인상 시기가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주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2월 실업률은 한 달 전보다 0.2%포인트 떨어진 5.5%였다. 이는 2008년 5월 이후 가장 낮은 것이다. 또 지난달 비농업부문의 일자리가 29만5000개 늘어 시장 전문가들의 예상 24만개를 크게 웃돌았다. 미국이 금리를 예상보다 빨리 올리면 한국은 당분간 금리 인하가 어려워질 수 있다. 또 미국의 금리 인상은 원화가치 하락으로도 이어진다. 지난 9일 원·달러 환율이 13.40원 급등한 1112.10원으로 장을 마감한 것도 그래서다. 이는 작년 12월8일 1117.70원 이후 3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상승폭으론 작년 2월3일 14.10원 이후 1년 1개월만에 최대치다. 10일 서울 외환시장서 원ㆍ달러 환율도 3.9원 오른 1116.0원에 장을 시작하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은이 그동안 통화정책을 놓고 가장 고민했던 변수는 가계부채와 경기둔화 였다. 이 중에서도 한은은 좀 더 우려를 보였던 변수는 가계 부채 리스크였다. 작년 8월과 10월 금리인하와 부동산 규제완화가 맞물리면서 작년 말 기준 가계부채가 1089조원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들어 국내 경제지표가 예상 보다 부진을 보이자 경기 회복의 불씨를 살리지 않으면 저성장 구조가 계속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퍼지고 있다. 정부까지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며 기준금리 추가 인하를 압박하는 모양새가 됐다. 여기에 미국의 금리인상 변수까지 더해져 한국은행은 더욱 궁지에 몰리게 됐다. 시장에서는 금리인하 압력과 동결 요인이 만만찮게 상존하는 만큼 한은이 이달에도 금리를 동결하고 좀 더 지켜볼 것이란 전망을 속속 내놓고 있다. 경기진작 등의 긍정적 효과에 대한 확신이 부족한 데다 미국 금리 인상까지 겹쳐 있어 섣불리 금리 인하를 단행하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번 금통위서는 소수의견으로 금리인하 시그널을 준 뒤 경제 심리 호전을 노릴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통해 시간을 번 후 17~18일 열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통해 미국 기준금리에 대한 방향을 읽고 1분기 국내 경제지표를 최종 확인한 후 4월에 금리인하 여부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 분석이다. 대신 한은은 이번 금통위서 금융중개지원대출 한도 증액 정책을 통해 유동성 공급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15조원 한도의 금융중개지원대출은 지난 2월 말 현재 12조원가량 소진됐다. 이 프로그램은 통상 3조원가량의 한도를 남겨두고 증액됐다. 이주열 총재도 지난달 23일 임시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금리가 주된 통화정책이지만 금융중개지원대출 등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겠다. 시장 안정화 조치나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등 수단을 적극적으로 취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단 통화정책의 하나인 지급준비율(지준율) 인하 카드를 쓸 가능성은 없다. 지준율은 금융기관이 예금 중 일부를 한은에 예치해야 하는 비율이다. 한은은 지난 2006년 이성태 총재 시절 시중에 넘치는 돈이 부동산 시장에 불을 지피는 장작 구실을 하고 있지만 금리를 올리기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는 점에서 지준율 인상을 단행한 바 있다. 한은이 이 후 지준율 카드를 쓴 적은 없다. 지준율을 인하하면 콜금리 등이 기준금리로부터 괴리가 생겨 한은이 유동성을 흡수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지준율 인하로 통화량 증가 효과는 없다는 게 한은의 기본적 시각이기 때문이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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