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통죄 '위헌'에 사립탐정법 기대 솔솔…입법 절차 속도낼까
(아시아경제 DB)
[아시아경제 장인서 기자] "간통죄가 폐지되면 가정을 보호하는 '저수지의 문'을 확 열어버리는 꼴이 되지 않을까. 도덕적 책임만으로 가정의 울타리를 지킬 수 있을지 솔직히 불안한 마음이 든다."(40대 주부 A씨)"법적으로 죄가 되는 것과 죄책감을 갖는 것은 엄연히 다르지 않나. 자칫 가정을 파괴할 수도 있는 간통이 더 이상 죄는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될까 겁난다."(30대 직장인 B씨)26일 간통죄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이 난 후 시민들은 각자 처한 상황에 따라 다양한 목소리를 냈다. 책임감 축소에 대한 우려도 많지만 부부간 애정사에 형법이 관여한다는 게 적절치 않다는 의견도 상당수. 성적자기결정권에 대한 시대적인 가치관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도 나왔다. 무엇보다 향후 간통으로 인한 분쟁 발생 시 민사상 구제가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입법 계류 중인 사립탐정(민간조사원)에 대한 관심도 급부상하고 있다.◆사립탐정(민간조사원, 이하 탐정)이란?= 외국의 탐정들은 공공재인 경찰권의 수사력이 미치지 않는 범위에서 다양하게 활약하고 있다. 보험금 부당청구사례 탐지, 공개 수배자 추적, 미아·실종자 소재파악 등 특정 사안의 사실관계를 파악하는데 주력해 경찰, 시민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우리나라를 제외한 33개국이 탐정을 직업으로 정착시켜 국가 치안의 보조기구로 활용하고 있다.어떤 나라의 경우에도 경찰 수사권의 제도·현실적 고충은 있다. 이때 재판상 주요 증거로 활용되는 사실관계 수집을 목적으로 하는 탐정의 역할은 경찰과 시민 쌍방이 겪는 어려움의 보완재로 기능한다. ◆흥신소·심부름센터와 다른 건가요?= 탐정이 법제화되지 않은 경우 오히려 지하업자들을 중심으로 사실관계 입증 수요가 발생, 사회적으로 더 큰 혼선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과거 흥신소 또는 심부름센터와 탐정의 차이를 명확히 하고 탐정을 엄연한 직업군으로써 정착시키는 법안 통과는 탐정제도의 안착을 위한 시급한 과제로 인식되고 있다.각종 불륜 드라마나 영화에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흥신소는 특정 의뢰를 받아 기업이나 개인의 행적이나 재산 상황 따위의 정보를 비밀리에 조사하는 사설 기관이다. 의뢰 과정이나 조사 과정에서 도청 등 불법행위 등이 만연한 것이 특징으로 음성적인 거래 특성 탓에 비용도 천차만별이다.◆탐정은 제2의 경찰?= 민간조사업이 법제화되는 경우에도 탐정은 국민을 직접 조사하거나 명령·강제할 힘은 갖지 못한다. 법률(안)에 미아·가출인 등 실종자 찾기, 피해원인 확인, 소송에 필요한 증거수집 등이 열거돼 있으나 이는 업무 범위를 정한 가이드라인일 뿐, 임의로 사람을 조사하거나 통신사 등을 찾아다니며 개인 정보를 들여다보는 식의 준사법권을 행세할 수 없다. 이 때문에 탐정은 수단과 조사방식에 있어 법률이 정한 일정 규율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탐정 활성화되면 비용 더 든다?= 탐정은 법률자문이나 변호사 선임비용보다 낮은 비용으로 수임하게 된다는 점에서 서민들의 정보 접근 기회가 확대되는 효과가 있다. 김종식 한국민간학술연구소장은 탐정을 통한 '저비용·고효율'의 사실관계 파악업무가 변호사 선임 여부에 따른 빈부위화감을 오히려 줄일 수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민간조사업법으로 사설탐정을 직접 규제할 근거를 마련함으로써 비용은 물론 조사 방식에 있어서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개인정보보호법(개인정보 불법 수집 금지 등), 통신비밀 보호법(도청 등 금지),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채권 추심 등 금지),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에 관한 법률(개인위치 무단 추적 금지) 등 여러 개별법이 그 예다. 향후 관련 수요가 증대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퇴직검·경찰 등으로 조직된 기업형 전문 탐정조직도 신설된 것으로 전망된다.한편 대검은 간통죄 위헌 결정에 따라 후속조치를 마련해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서는 혐의없음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 1심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은 공소취소하고, 1·2심 판결이 선고된 사건에 대해서는 상소를 제기, 항소심 또는 상고심이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 무죄를 구형할 방침이다. 기소중지 또는 참고인 중지 처분을 한 사건은 재기해 혐의없음으로 결정한다. 또 2008년 10월31일부터 유죄가 확정된 사건에 대해서는 형이 집행 전인 경우에는 형 집행을 면제하고 형이 집행 중인 경우에는 남은 형의 집행을 면제할 예정이다. 장인서 기자 en1302@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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