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중기업종 지정, 좀 더 정교해져야

올해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54개가 지정됐다. 지난해로 기간이 끝난 두부와 원두커피 등 49개 업종의 기간이 연장됐으며 문구산매업 등 5개 업종이 새로 지정됐다. 이들 업종에는 대기업이 앞으로 3년 동안 중소기업 인수합병과 사업 확장 등을 자제해야 한다.  먼저 분명히 말하지만, 중소기업을 보호하려는 이 같은 노력은 긍정적이다. 일자리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우리 중소기업의 열악한 여건이나 골목상권 살리기의 필요성 등을 감안할 때 중소기업을 보호하고 육성하기 위한 정책들은 더욱 많이 나와야 한다.  다만 정책의 좋은 의도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는 더욱 정교해져야 한다. 정책의 선의(善意)가 '선과(善果)'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치밀한 설계와 검토가 있어야 한다. 자칫 정책의 실질적 효과는 별로 없이 형평성 논란, 국내기업의 경쟁력 위축, 소비자 편익의 저하 등 부작용이 더 큰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당장 이번에 새로 지정된 문구산매업의 경우 기존 도산매 문구유통점은 판매 제한을 받지 않아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기업이 빠진 자리를 중소기업이 아닌 외국계 기업이 차지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은 발광다이오드(LED)조명에서 확인된 바 있다. LED는 2011년 중기업종에 지정된 이후 중국산과 필립스 등 다국적 기업 제품의 시장점유율이 크게 높아졌다. 시장개방으로 인해 기업의 국경이 없어지고 있는 현실에서 중기적합업종 지정이 국내 대기업에는 장벽이 되고 외국계 기업에는 호조건을 만들어주는 결과로 이어진다면 의미가 퇴색할 수밖에 없다.  재지정된 두부시장은 연구개발과 투자를 강화해 온 대기업들이 발을 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그 공백을 중소기업이 메우면 좋겠지만 자칫 관련 시장의 발전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염려도 나온다. 이는 결국 좀 더 좋은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의 편익을 저해하는 결과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중소기업의 입지는 넓혀 주면서도 대기업도 강점을 살릴 수 있도록 해줘야 진정한 '동반성장'이랄 수 있다. 중기업종 지정도 규제의 하나다. 규제는 그 자체가 선도 아니고 악도 아니다. 다만 적정한 규제냐 아니냐가 있을 뿐이다. 정책의 취지를 살리는 정교한 규제여야 중기도 살리고 소비자도 살릴 수 있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