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설, '삼포세대'도 어깨 펴고 오기를

내일부터 설 연휴다. 올해는 예년보다 연휴가 길어 고향 가는 길이 한결 수월할 듯해 귀성객이 여느 해보다 많을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 예측으로도 이번 설에는 작년보다 15.7% 많은 3354만명이 이동한다고 한다.  귀성길은 편해졌지만 모든 사람들의 마음까지 흥겹지는 않는 게 현실이다. 먼저 이번에도 아예 고향에 내려가지 못하고 홀로 설 명절을 맞는 이들이 적잖을 것이다.  임금이 체불돼서, 취직이 안 돼서, 혹은 다른 어떤 이유로 부모님 뵐 면목이 없어 고향에 내려가지 못하는 그들에게 설 명절은 더욱 쓸쓸한 날일 수밖에 없다. 고향을 찾더라도 가족끼리 함께한다는 설렘 한편으로 마음이 무거운 이들이 많을 것이다. 얼어붙은 경기, 최악의 취업난, 불안한 노후책 등에 짓눌린 어두운 현실의 그림자는 설 명절의 흥겨운 분위기로도 쉽게 걷히지 않을 것이다.  가족끼리 웃음꽃을 피우며 얘기를 나눠야 할 자리가 특히 부담스러울 이들이 있다면 바로 결혼적령기의 젊은이들이다. 부모님으로부터 결혼 독촉을 받지만, 감히 결혼할 엄두를 못 내는 이들이다. 당장 결혼비용부터 감당이 되지 않는다. 한 웨딩컨설팅 업체가 최근 2년 내 결혼한 신혼부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16일 발표한 '2015 결혼비용 실태보고서'에 따르면 신혼부부 한 쌍당 결혼자금으로 평균 2억3798만원을 사용했다고 한다. 어렵사리 직장을 구했더라도 웬만한 급여로는 몇 년간 안간힘을 다해 모아야 간신히 마련할 수 있는 돈이다. 젊은이들은 결혼을 망설일 수밖에 없고, 부모들이 이를 대주려면 자신의 노후를 적잖게 희생해야 할 만큼 큰 부담이다. 연애와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젊은이들이 많다는, 이른바 '삼포 세대' 현실이다.  설은 대지에 새 기운이 오르는 것을 자축하는 새 생명의 시간이다. 그 생명의 명절에 '불혼(不婚)ㆍ불임(不姙)'의 현실을 만나야 하는 것에 우리 사회의 고단한 형편이 있고, 과제가 있을 듯하다.  그러나 그럼에도 어쨌든, 설이다. 고향의 온기로, 가족의 정으로 이 같은 '삼포'의 현실을 보듬어주길 바란다. 현실을 잊으라는 것이 아니라 그 고단한 현실을 이겨나갈 힘과 의지를 불어넣어주길 바란다. 그래서 돌아오는 길, 움츠렸던 어깨가 조금이라도 더 펴지길 바란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