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이후 저축↑ 투자↓ 한은 '불확실성이 투자부진 원인, 통화정책 효과 제한적'
(자료:미 연준, 일본 내각부, ECB, 한국은행)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한국 기업들이 금융위기를 전후로 저축은 꾸준히 늘린 반면 투자는 급격히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국ㆍ일본ㆍ독일 등 선진국과 비교하면 저축률은 높지만 투자율은 큰 폭으로 떨어져 눈길을 끌었다. 일각에서는 이를 근거로 '금리와 투자의 역(逆)의 상관관계'에 의문을 제기한다. 기업투자 부진의 원인이 금리가 높아서가 아니라 불확실성과 위험회피 성향 탓인 만큼 기준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 부양책은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는 지적인 것이다.13일 한국은행의 '주요국 기업저축 현황 및 투자부진 요인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기업들은 금융위기 직전(2003~2008년)보다 금융위기 직후(2009~2013년) 연평균 저축 증가율이 4.3%p 높아진 반면 투자 증가율은 3.7%p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축 증가율은 금융위기 직전까지 7.2%였다가 이후 11.5%로 상승한 반면 투자 증가율은 8.1%에서 4.4%에서 떨어졌다. 이를 미국ㆍ일본ㆍ독일 등과 비교하면 더욱 두드러진다. 저축 증가율은 일본과 독일이 각각 0.8%p, 2.3%p 하락했으며, 투자 증가율도 미국이 4.5%p 축소된데 이어 독일과 일본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결국 한국은 저축 증가율에서 4개국 평균을 웃돈 반면 투자율 증가는 평균 이하를 기록하면서 저축 대비 투자비의 격차가 가장 컸다. 투자는 줄이면서 저축은 늘리는 보수적인 경영 전략을 구사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이에 대해 한은은 금융위기 이후 늘어난 불확실성이 실물투자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방향으로 작용하는 한편 기업저축 증가에 따른 여유자금은 실물투자보다 금융투자를 늘리는데 투입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투자와 금리는 경제학에서 역함수 그래프가 성립하지만 경기 상황이 악화되면 그 공식은 허물어진다"며 "기업들이 투자에 대한 확신이 없으니 '너먼저 게임'을 하듯 눈치를 보면서 수요가 살아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경기 부양책으로 제기되는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낸 것이다.한은의 시각에 대한 반론도 만만찮다. 임노중 아이엠투자증권 연구원은 "투자와 금리의 상관관계가 떨어진 것은 맞지만, 미국이나 일본도 그런 상황에서 대규모 양적 완화를 하고 있다"며 "투자와 금리의 고리가 약해졌다고 통화완화 정책의 명분이 줄어들었다고 보긴 어렵다"고 반박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도 "금리인하로 늘어나는 총수요에 기업투자만 들어가 있지 않다"며 "가계의 소비여력을 늘릴 수 있고 이자보상 배율이 낮은 기업의 이자부담을 줄여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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