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경기불황에 AI까지…숨죽인 애완조류 시장

'지금까지 단 한번도 인체 감염 사례 없다…안심해도 좋아'

▲나무가지 위에 앉아 있는 앵무새들(출처=아시아경제DB)

[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보시는 것처럼 손님이 없어요. 보통 아이들에게 선물용으로 새를 사 가시는 분들이 많은데, 경기도 좋지 않은데다 AI까지 터져버리니 일부 '새 매니아'들 외에는 발길이 뚝 끊겼습니다."조류인플루엔자(AI)가 확산되며 관련 시장도 직격탄을 맞았다. 최근 서울시 중랑천에서 채취한 야생조류 분변에서 고병원성 H5N8 AI 바이러스가 발견되며 시민 불안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경기불황 여파에 신음하는 애완조류 상인들은 설상가상으로 찾아 온 AI에 망연자실한 표정이다.12일 오후 2시께 찾은 서울시 종로구 청계천 애완 조류(鳥類)시장. 입춘(立春) 이후 낮 기온이 오르면서 비교적 포근한 날씨였지만, 거리에는 손님을 거의 찾아 볼 수 없었다. 상가 앞 청계천에는 방역차가 지나며 희뿌연 소독약을 곳곳에 뿌리고 있었다.상인들은 대화를 건네기 힘들 정도로 위축돼 있었다. AI와 관련된 말 한마디라도 퍼져나갈 경우 더욱 시장이 침체될 것이란 걱정을 하는 것으로 보였다. 이 시장에서 20년 째 애완조류 상점을 운영하고 있는 상인 A씨는 "장사도 안 되는 데다 AI로 시장 분위기가 한껏 예민해져 있다"며 "수년 전부터 장사가 어려워지며 몇몇 가게들이 문을 닫았는데 이번 AI사태로 더 어려워질까 걱정 된다"고 말했다.지난해만 해도 청계천 조류시장에는 9곳의 조류도매상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러나 상가 임대료 상승에 불황까지 겹치면서 3곳이 문을 닫았다. 가뜩이나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던 차에 AI 확산에 따라 조류시장이 늪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앞서 6일 서울시는 AI가 검출된 중랑천에서 반경 10km 이내 지역을 예찰지역으로 지정, 지역 내 62곳에 있는 2077마리의 가금류와 가축분뇨ㆍ껍질ㆍ알 등의 이동을 제한했다. 이 때문에 시장 상인들은 최근 애완조류를 판매하지 말라는 통보를 받았다. 12일 애완조류 등에 대한 이동제한이 해제되면서 다시 판매는 재개됐지만, 여전히 시민들은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시장 어귀에서 만난 김은영(27ㆍ여)씨는 "얼마 전 기르던 새가 세상을 떠나 새로 한 마리를 분양받으려고 했는데 부모님께서 AI가 옮으면 안 된다며 조금만 기다려 보자고 하셨다"며 "당장은 어려우니 마음이나 달랠 겸 시장구경하러 나왔다"고 말했다.상인들은 지나치게 불안에 떨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31년째 애완조류 도매상을 하고 있는 상인 B씨는 "사람들이 잘 몰라서 그렇지 사육되고 있는 애완조류에서 AI가 검출된 전례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상인 C씨도 "종로구에서 나와 주 3회씩 와서 가게 곳곳을 소독하고 점검한다"며 "지금까지 한 번도 바이러스 등으로 문제가 된 적이 없다"고 밝혔다.진경선 시 수의공중보건팀장은 "애완조류의 경우 AI 바이러스 가능성이 거의 없는 데다 설 연휴를 맞는 상인들을 고려해 12일부터 애완조류에 대한 이동 제한 조치를 해제했다"며 "2003년 고병원성 H5N8형 AI바이러스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검출된 이래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인체 감염 사례가 나타난 적이 없는 만큼 안심해도 된다"고 말했다.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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