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안과 밖' 14일 특강
[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고전은 근대에 만들어진 개념이다. 그것은 오늘날 배우고 본받아야 옛 것 가운데 있다. 한 시대는 자기 시대의 작품을 고전으로 만들기 어렵다. 많은 시간의 흐름을 견뎌야 비로소 고전으로서의 무게를 지닌다."이남호 고려대 교수는 고전에 대해 " 근대의 지적, 문화적 성취는 대단히 풍성하지만 무엇을 고전으로 삼을 것인가를 판단하기에는 시간의 축적이 부족하다"며 "오늘날 고전의 목록에 오른 근대의 작품들도 충분한 시간의 검증을 거친 것이 아녀서 그 목록이 다소 불안정하고 유동적이고 비평적 합의도 요구된다"고 설명한다. '무엇이 고전인가 ?', '우리는 왜 고전을 읽어야 하는가 ?'라는 질문에 이 교수는 "고전의 반열에 오를 작품을 선별하는 기준은 오랜 시간의 흐름 속에서라면 저절로 작동하게 된다"며 "근대의 작품 가운데 고전을 능동적 노력으로 선별해야 하는 경우 다시 한 번 고전이란 무엇인가를 물어야 하며 그 선별 기준을 생각해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즉 우리 사회가 생각하는 고전의 목록이 무엇인지를 짐작하기 위해서는 '필독도서' 목록을 참조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에 2005년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의 필독서 100선 목록을 점검해 보면 세군데 모두 필독서로 선정된 책은 박경리 '토지', 최인훈 '광장'을 꼽을 수 있다. 그리고 이광수 '무정', 염상섭 '삼대', 이기영 '고향', 박태원 '천변풍경', 홍명희 '임꺽정'과 정지용의 '시'가 두 번 선정됐으며 채만식의 경우 서로 다른 작품이 두군데서 선정됐다. 이에 이 교수는 "이 작품들은 일단 현재 우리 사회에서 근대 한국의 고전으로 어느 정도 인정할만 하다"며 "여기서 근대 한국문학의 고전의 범주를 어느 정도 감지할 수 있다"고 말한다. 즉 다른 작가의 작품들에 비해 고전으로서의 확실한 우위를 지닌 책들이다. 그러나 이런 범주에 대해 비평적 재검토 및 보완의 필요성을 제기한다."문학사의 작품 목록과 고전의 작품 목록은 상당 부분 겹친다. 고전이란 문학사에 길이 남을 만한 중요한 작품이다. 그러나 문학사의 목록이 고전의 목록과 꼭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문학사의 가치가 고전으로서의 가치와 혼동을 일으키는 작품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광수의 '무정'이다. 무정은 문학사적 의의나 유명도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읽어야 하는 작품인지에 대해 독자들이 의문을 내비친다. 내면적 성숙에 기여하는 바가 얼마만큼인지를 판단하기 어려운 점도 혼동케 하는 대목이다."이에 이 교수는 고전의 조건으로 "인간과 삶에 대해 깊고 정직한 이해를 보여줘야 하고 삶과 세계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 사유의 힘을 가져야 한다"고 정의한다. 이어 " 존재와 세계에 대한 새로운 관점과 통찰을 보여줄 때 고전이라고 할 수 있다"고 덧붙인다. 이 교수가 꼽는 고전은 ▲ 김소월 '진달래꽃'(1925) ▲ 한용운 '님의 침묵'(1926), ▲ 염상섭 '만세전'(1924), '삼대'(1947) ▲ 이기영 '고향'(1933-1934) ▲ 이효석의 단편(1933/1936) ▲ 정지용 '정지용시집'(1935), '백록담'(1941) ▲ 홍명희 '임꺽정' ▲ 백석의 시 ▲ 이태준의 단편 ▲ 황순원의 단편 ▲ 서정주의 '화사집'(1941), '귀촉도'(1948), '서정주시선'(1956) ▲ 윤동주 '바람과 별과 시'(1948) 등이다. 이와 관련, 이 교수는 "근대 한국문학의 고전 목록에 대한 비평적 재검토와 보완을 희망한다"며 "전문가들의 비평적 동의보다 더 기다려지는 것은 일반 독자들의 자발적이고 활발하고 실질적인 고전 읽기"라고 설명한다. 즉 고전 읽기가 오랜 세월 축적되면 고전 목록은 저절로 재정비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이 내용은 시대의 안과 밖을 문화적으로 성찰하는 문화과학 특강 '문화의 안과 밖' '근대 한국의 고전' 강연에서 들을 수 있다. 이 교수의 강연은 14일 토요일 오후 2~5시, 서울 안국동 안국빌딩 신관 4층 'W스테이지'에서 열린다. 이날 강연의 사회는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가 맡고, 지정토론자로 김유중 서울대 교수가 나선다. 한편 이 교수는 고려대학교 국문학과와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평론 부문으로 등단했으며 미국 캘리포니아대 초빙교수,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초빙교수를 거쳐 문학과 환경학회 회장, 한국문학번역원 이사, 고려대 교육대학원장을 역임했다. 현재 고려대학교 국어교육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윤동주 시의 이해' 등 수십권이 있다.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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