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뛰는데'…취임 3년차 박성욱 사장 '실적잔치? 지금이 위기'

1위 삼성전자와 격차 경계…한 번의 실패로 난파당할 수 있어

박성욱 SK하이닉스 사장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지난해 영업이익 5조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박성욱 SK하이닉스 사장이 위기의식을 주문하고 있다. 최첨단 기술 경쟁이 펼쳐지는 반도체 업계에서 화려한 실적에 취해 있다가는 순식간에 도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됐다.5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19일 취임 3년차를 맞는 박 사장이 최근 들어 임직원들에게 부쩍 위기의식을 강조하며 정신 재무장을 당부하고 있다. 지난달 성과급 한도를 넘겨 임직원들에게 연간 50%의 성과급을 지급한 가운데 내부적으로 들뜬 분위기에 일침을 가한 것이다.지난 2013년 2월 취임 후 그 해 3조3000억원, 2014년 5조1090억원으로 2년 연속 사상 최대 영업이익 달성을 이끈 박 사장이 돌연 위기론을 꺼내 든 것은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반도체 업계의 기술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박 사장은 메모리 업계 1위인 삼성전자가 경쟁사보다 1년 이상 앞선 기술력으로 격차를 벌려 나가면서 빨리 쫓아가지 않으면 더 이상 차이를 좁힐 수 없다는 강한 위기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SK하이닉스는 올 상반기중 20나노 초반 D램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는 지난해 3월 업계 최소 선폭인 20나노 기술을 적용한 PC용 D램을 양산한 후 서버용, 모바일용, 그래픽용 D램을 양산하는 등 20나노 D램을 전방위로 확대하는 삼성전자보다 1년 이상 늦은 것이다. 낸드플래시에서도 컨트롤러가 내장된 트리플레벨셀(TLC) 및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 등 다양한 솔루션 제품을 확보하지 못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업계 유일하게 3차원(3D) 수직 구조로 집적도를 높인 V낸드를 양산해 대용량 저장장치로 급성장중인 SSD 시장 등을 빠르게 공략중이다.지난해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SK하이닉스의 점유율은 19.3%로 1위 삼성전자(35.2%)의 절반에 불과하다. 삼성전자와의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어 마음이 급하다. 2위 마이크론(20.4%)을 앞지르기 위해서라도 기술 개발이 시급한 상황이다.비메모리(시스템) 반도체 분야 또한 녹록치 않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07년 모바일 카메라 반도체 CMOS이미지센서(CIS) 제품 개발로 시스템 반도체 사업을 7년만에 재개했지만 여전히 전체 매출의 3% 선에 그치고 있다.아울러 지난해 메모리 반도체 시장 호황에 큰 역할을 했던 PC 교체 수요가 서서히 빠져나가고 메모리 반도체 빅 3가 생산공정 증설에 들어가면서 과거의 치킨게임 양상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미세공정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하위권 업체는 수익성 악화로 추가 정리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온다.이 같은 상황 인식으로 박 사장은 앞서 신년사에서도 "목전에 고래를 마주한 고래잡이 같이 한번의 작살의 실패로 우리 배가 난파당할 수 있는 긴박한 상황"이라며 "이제 잠시의 기쁨에서 벗어나 우리 앞에 놓인 위기의 본질에 마주 서야 한다"고 달리는 말에 채찍을 가했다.업계 관계자는 "메모리 반도체 업계가 3곳으로 재편됐지만 공정 전환, 양산성 확보의 벽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며 "SK하이닉스 내부에서도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앞으로 해결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할 것"이라고 말했다.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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