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안보매체 '더 디플로맷'주장...정부는 외교고립 탈피용 해석
[아시아경제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북한 외무성 대표단의 동남아 국가 순방은 외교고립 탈피용이라기보다는 경제적 이득을 챙기기 위한 북한식 아시아회귀(Pivot to Asia)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왔다.통일부에 따르면, 리길성 부상이 이끄는 북한 외무성 대표단이 지난달 29일 동남아시아 순방 길에 올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중앙통신은 이날 대표단이 평양을 출발했다며 방문 예정지로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미얀마,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7개국을 열거했다. 이들이 방문하는 인도네시아는 오늘 4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참석 가능성이 거론되는 아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반둥회의) 개최국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리수용 외무상도 취임 4개월 만인 지난해 8월 동남아 국가들을 순방했는데 이번에 캄보디아와 말레이시아가 추가됐다.북한 외교단 동남아 순방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외교고립 탈피용이라고 해석했다. 한 정부 당국자는 2일 "북한은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로부터 엄격한 제재를 받는 등 외교적 고립이 심화되고 있다"면서 "김정은이 고립 탈피와 대외관계 다각화를 적극적으로 추구하며 동남아 국가들에 주목해왔다"고 분석했다.그러나 일본에 본사를 둔 외교안보 전문매체 '더 디플로맷(이하 디플로맷)'은 해석을 달리한다. 디플로맷은 북한 외교단의 동남아 순방은 ' 북한식 동남아아시아 회귀(Pivot to Asia)'로 규정한다.디플로맷은 '북한 자체의 아시아 회귀'라는 기사에서 "북한 외교단이 순방할 때마다 그들의 행보는 외교적 고립 탈피로 규정된다"면서 "그것은 북한이 중국과 같은 지지국들로부터 압력에 직면함에 따라 다른 데서 지지를 추구한다는 논리"라고 풀이했다.디플로맷은 그러나 이 같은 지정학적 규정은 북한의 동남아 접근을 이해하는 데 적절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주로 동남아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자본금 500억달러 규모의 아시아인트라투자은행(AIIB) 설립을 추진하고 있고 일본도 '적극적 평화주의'에 근거해 동남아국가들에 대한 공적개발원조(ODA)를 쏟아붓고 있다.디플로맷은 중국과 일본, 미국은 동남아국가들로부터 정치자본과 외교적 지지를 얻기 위해 경제원조를 제공하는 '빅 브러더'라면 북한은 동남아에서 경제적 기회를 모색하는 '형제(리틀 브러더)'이며, 따라서 북한과 동남아 국가 간의 관계에서 지정학의 틀을 떼내고 당면한 문제 즉 경제이득에 초점을 더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디플로맷은 "북한은 외교적 고립에서 벗어나려는 게 아니라 북한의 정치 이데올로기의 지도원칙이지만 불행하게도 실패한 원칙인 '자급자족'에서 탈피하려고 한다"고 단언했다.디플로맷은 싱가포르 기업인으로 북한을 자주 왕래하는 제프리 시씨의 말을 인용해 북한 김정은이 진짜로 원하는 것은 중국에 '덜 의존하는' '더 튼튼한 경제'라면서 북한이 경제특구 중 하나를 중국에서 먼 한국 접경의 원산에 지정한 것을 그 예로 제시했다.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jacklondo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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