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신규 자원 개발 미미..정치권 자원외교 논란과 무관치 않아'
4대강 사업 "대운하 사전단계 아니냐" 감사원 지적있자"비전문가가 결론낼 사안 아니다"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은 정치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자원외교 논란과 관련해 자신의 회고록에서 "자원외교는 그 성과가 10년에서 30년에 거쳐 나타나는 장기적인 사업"이라면서 "퇴임한 지 2년도 안돼 이를 평가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우물가에서 숭늉을 찾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여야가 자원외교국정조사특별위원회를 구성한 상황이어서 정치권에서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이 전 대통령은 다음달 2일 발간을 앞둔 자신의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에서 '자원 외교는 미래의 생존문제'라는 섹션을 통해 "국제 자원시장은 격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원외교 성과를 성급하게 판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특히 야당의 비판은 사실과 대부분 다르다는 점에서 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그는 "오랫동안 유전 개발을 해온 서구 선진국들도 많은 검토 끝에 시추해서 기름이 나올 확률은 20%에 불과하다고 한다"면서 "실패한 사업만을 꼬집어 단기적인 평가를 통해 책임을 묻는다면 아무도 그 일을 하려 들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해외 자원 개발 과정에서 비리가 있다면 철저히 조사해 관련자를 엄벌하면 된다"면서 "그러나 이런 문제를 침소봉대해 자원외교나 해외자원개발 자체를 죄악시하거나 하지 못하게 막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덧붙였다.이 전 대통령은 또 "2014년 7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연달아 중남미 순방을 통해 자원 외교를 위한 외교전쟁을 벌일 때 한국의 공기업이나 민간기업의 해외 신규자원 개발은 극히 미미했다"며 "정치권의 자원외교 논란과 무관치 않다"고 언급, 정치공세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그는 자신의 재임기간에만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야당의 주장을 의식한 듯 "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해외자원 개발이 다시 본격적으로 추진됐다"며 "하지만 이미 유망 광구를 해외 메이저들이 선점한 만큼 후발 주자로서 어려움이 있었다. 내 임기 첫해인 2008년 석유ㆍ가스 자주개발률이 5.7%에 불과했던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라고 언급했다.이 전 대통령은 다만 "자원 개발은 실패할 위험이 크고 대규모 투자비용이 들어가며, 성과가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면에서 민간기업이 주도하기엔 어려움이 많다"면서 "이에 우리 정부는 출범 초기인 2008년 6월부터 공기업의 역할을 강화하는 정책을 수립하여 해외 자원 개발에 나섰다. 민간 전문가를 영입하여 효율을 높이는 작업도 병행했다"고 밝혔다.그는 "그 같은 노력의 결과 우리 정부 시절 공기업이 해외 자원에 투자한 26조원(242억달러) 중 4조원(36억달러)은 이미 회수됐으며 2014년 12월 산업통상자원부 자료에 의하면 미래의 이자비용까지 감안한 현재가치로 환산된 향후 회수 예상액은 26조원에 달한다"고 강조했다.이 전 대통령은 4대강 사업과 관련해서 "4대강 살리기 사업이 대운하를 건설하기 위한 위장사업이라는 비난도 있었다"면서 "내 임기가 5년 단임이고 여야 유력 대권 후보들이 대운하 사업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상황에서 도저히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주장"이라고 기술했다. 이어 "심지어 감사원의 4대강 살리기 사업 감사 결과에서까지 나왔다"며 "이 사업은 수많은 하천 전문가들이 공들여 기획한 것인데, 감사원의 비전문가들이 단기간에 판단해 결론을 내릴 수준의 문제가 아니다"고 지적했다.야당은 이와 관련, 즉각 비판 성명을 냈다. 김성수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은 29일 "이 전 대통령이 국정조사를 앞두고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이 어처구니없다"며 "책임회피에만 급급한 전직 대통령을 보며 단 한 번이라도 사과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일 수 없는 것인지 안타깝다"고 전했다.한편, 이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남북관계, 외교관계, 경제정책 등 굵직한 문제는 물론 자신의 신상까지 상세히 공개했다. 특히 2009년 기력이 떨어져 검진을 받아보니 폐에 문제가 있고 상태가 심각했다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은 "대통령이 쓰러진다면 외국 자본이 순식간에 빠져나갈 수 있다는 걱정이 들었다"며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도록 매일 아침 아내가 쓰던 화장품으로 메이크업을 했고 연설이 있을 때는 3분마다 한 번씩 나오는 기침이 멈추도록 주치의가 조치를 취했다"고 고백했다.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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