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크런 불안감' 그리스 은행 주가 연일 된서리

4대 은행 시가총액 이번주 20% 이상 줄어…긴급 유동성 지원 필요할듯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그리스 총선이 끝난 후 그리스 은행 주가가 연일 된서리를 맞고 있다. 총선 후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현실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는 불안감에 그리스 은행에서 유로 예금이 대규모로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렉시트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그리스 은행에 돈을 넣어둔 예금자들은 그리스가 유로를 포기하고 그리스 화폐인 드라크마화를 재도입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다. 그리스 대형 은행주 주가가 연이틀 두 자리수 급락을 기록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피레우스, 알파 뱅크, 유로뱅크, 내셔널뱅크오브그리스의 그리스 4대 은행의 시가총액은 이번주 2거래일 동안 20% 이상 줄었다. 피레우스 은행의 주가는 총선 후 2거래일 동안 각각 17.6%, 12.0% 폭락했다. 알파 뱅크도 11.6%, 10.2%씩 무너졌다. 아테네 소재 은행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은행주에 대학살이 벌어지고 있다고까지 표현했다. 그는 "시장은 패닉 상태에 빠졌다"며 "시장은 위기가 은행에 집중될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12월 이후 그리스 은행 민간 예금이 70~80억유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뱅크런이 시작되기 전 그리스 민간 예금 규모는 약 1640억유로 정도였다.

피레우스 은행 주가 1개월 추이

예금이 줄면서 그리스 은행들이 유럽중앙은행(ECB)에 신청하는 대출금 규모도 커지고 있다. 그리스 은행들이 이번달 ECB로부터 대출받는 금액은 750억유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1월과 12월 대출 금액은 각각 449억유로, 560억유로였다. 그리스 은행들이 가장 많은 자금을 대출을 받은 때는 2011년 6월로 당시 대출금 규모가 1000억유로를 넘었다. 상황이 악화되면 그리스 은행들이 자국 중앙은행에도 손을 벌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스 중앙은행의 긴급 유동성 지원이 ECB 대출보다 지원 조건이 덜 까다롭기 때문이다. 대신 은행의 대출 금리 비용은 늘게 된다.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논다스 니콜레이즈는 "외국 은행들이 그리스에 대한 자산 노출을 최소화하려 하고 있다"며 "예금 이탈이 계속되면 그리스 대형 은행들이 몇 일 내에 자국 중앙은행에 긴급 유동성 지원을 요청해야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정보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지난해 그리스 4대 은행은 110억유로에 가까운 투자금을 유치했다. 그리스 경기가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에 그리스 국채 금리는 하락했고 은행들이 저금리를 활용해 적극적으로 투자금을 유치한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말 그리스 정국 혼란은 금융시장 불안으로 이어졌고 지금은 뱅크런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세계 최대 채권펀드 핌코의 필립 보드레우는 "새로 등장한 시리자(급진좌파연합) 정부와 유로존 채권단 간 채무 협상이 극단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열려있으며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그리스 은행주는 더 하락할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주가 좋아지기보다 훨씬 더 나빠질 수 있다"며 "그리스 은행 주식과 채권에 투자금이 몰렸던 6개월 전은 잊으라"고 조언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그리스 뱅크런 우려가 다른 유럽 은행주에까지 확산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유로존 300개 대형 은행의 주가 지수를 추적하는 유로퍼스트 300 금융지수는 이번주 1% 하락을 보이고 있을 뿐이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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