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 1비서가 오는 5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제2차 세계대전 승전 7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할수 있다는 긍정적인 첫 번째 신호를 보냈다는 러시아 측의 발표로 김정은의 방러 여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여성방사포부대 포사격 시찰한 김정은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금은 알 수 없다"가 정답이다.북한이 '김정은이 모스크바에 간다'고 공식 통보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장관은 21일 외무부 청사에서 가진 연두 기자회견에서 '초청장을 받은 김정은이 참석을 확인했는가'라는 거듭된 질문에 "첫 번째 신호 형식의 긍정적 답이 왔다"고 답했다.이는 유리 우샤코프 러시아 대통령 외교담당 보좌관(외교수석)이 지난달 "북한 지도자(김정은 제1위원장)에게도 초청장을 보낸 사실을 확인한다"면서 "그가 모스크바를 방문해 기념행사에 참석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는 평양으로부터의 일차적 신호가 있다"고 설명한 것을 되풀이 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그러나 김정은이 모스크바 방문에 관한 최종 답변을 주는 것은 행사가 임박한 시점이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나 정부의 관측이다.김정은이 모스크바를 방문할 것으로 추정할 근거는 적지 않다. 우선, 혈맹인 중국과 관계가 소원해진데다 경제협력을 가속화하는 러시아가 초청한 것을 거절하기는 쉽지 않다. 러시아는 지난해 4월 북한이 러시아에진 부채 10억6000만달러(2012년 9월17일 기준)의 약 90%에 해당하는 약 98억7000만달러(약 10조2391억3800만원)의 부채를 탕감해줬다.러시아는 또 북한이 무역대금을 루블화로 결제할 수 있도록 했다. 북한은 핵개발에 대한 유엔의 제재로 외국 금융회사를 이용하지 못하는데 숨통을 터진 것이다.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제재로 외교 고립에다 경제가 빈사상태에 이르러 동지가 필요하다.그렇더라도 김정은이 러시아행 열차나 비행기에 발을 올려놓기를 주저할 요인도 있다. 우선 김정은이 국제 외교무대에 오른 경험이 없다.북한에서 중국 관료들을 접견한 게 전부다. 러시아가 수십 개국을 초청한 외교무대에서 들러리가 되거나 외톨이가 될 공산이 크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나 버락 오바마 대통령, 아베 신조 총리,박근혜 대통령 등이 참석할지도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 외교부 당국자는 박근혜 대통령의 방러 여부와 관련, "김정은이 참석한다고 통보한 것도 아니고, 한러 관계 개선이라는 측면과 미러 관계,서방의 제재 등을 모든 것을 감안해야 한다"면서 "현재로서는 결정된 게 없다"고 말했다.우크라이나 사태로 말미암은 러시아와 서방 간 심각한 갈등이 지속되면서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한 서방의 주요 국가 지도자들의 러시아 방문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최고존엄의 행적을 선전하는 북한이 택할 선택지는 아니다.잦은 인사와 강압통치로 권력을 장악한 김정은은 국제사회의 공인이 필요한데 중국과 미국,일본 등 주요국이 빠질 경우 빛이 바랠 수밖에 없다.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기관의 한 박사는 "북한의 올해 최대 과제는 중국과의 관계복원"이라면서"러시아 행사 참석 가능성을 흘리는 것은 중국이 관계개선에 나서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통일부 당국자는 "김정은이 러시아 말고는 만나줄 지도자가 거의 없고, '참석자 중 한 명'이 될 행사에 참석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면서 "보안 등을 이유로 행사가 임박한 시점에서 참석여부를 통보할 것"이라고 예상했다.외교안보 싱크탱크인 세종연구소의 정성장 수석연구위원은 "김정은은 러시아의 전승절 기념행사에 참석해 푸틴 대통령을 짧게 만나는 것보다는 길게 만날 수 있는 다른 형태의 정상회담을 선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정 수석연구위원은 "김정은이 참석하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경우에 따라서는 박근혜 대통령 등 만날 필요가 있지만 만나기 어려운 국가 정상들을 만날 수 있고 외국 언론의 스포트 라이트를 받으며 외교무대에 본격 데뷔할 수 있기 때문에 러시아의 초청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그는 다만 남북정상 회담과 관련,"모스크바에서 본격 정상회담을 개최하기 어렵고, 가능한 만남의 형태는 '짧은 접촉'이나 '약식 정상회담'을 생각해볼 수 있다"면서 "남북 정상이 첫 만남에서 하반기 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하고 하반기에 평양이나 다른 장소에서 정상회담을 개최해 남북간 제반 현안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진행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jacklondo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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