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포럼]행복과 희망의 충전소, 과학관

김주한 국립중앙과학관장

새해 들어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부모의 손을 잡고 국립중앙과학관을 찾는 어린 학생들의 발걸음이 매우 가볍고 표정이 해맑아 보인다. 본관 정면에 있는 장영실과 뉴턴의 흉상 앞에서 전시관 건물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학생들을 보면서 부존자원이 거의 없는 우리나라가 치열한 국제경쟁 속에서 이만큼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우수한 인적자원 덕분이라는 것을 생각해 본다. 우리의 꿈나무들이 과학기술에 관심을 갖는 모습에서 미래의 희망을 본다.  우리와 같은 국가의 경쟁력은 상상력과 창의력이 풍부한 인재를 얼마나 잘 길러내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구증가세가 멈추고 고령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어린이들에게 과학기술에 대한 꿈을 심어주고, 이들이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울 수 있도록 잘 지원하지 않으면 밝은 미래를 기약하기 어렵다. 이 같은 배경에서 어디서 어떻게 상상력의 씨앗을 뿌리고 창의력을 배양하도록 할 것인가는 국가차원에서 깊은 고민이 있어야 한다. 일반 국민의 높은 관심과 열렬한 지원을 필요로 한다. 현재 여러 기관들이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과학기술적 상상력과 창의력 증진을 주 목적으로 하는 곳은 과학관이다. 과학관 설립ㆍ운영 및 육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과학관은 과학기술문화의 창달, 청소년의 과학에 대한 탐구심 함양, 국민의 과학기술에 대한 이해 증진을 설립목적으로 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과학관은 과학이 대중과 소통하고 상상력을 키우기 위한 교육이 이루어지며 과학문화가 창달되는 공간이다. 근래 국내에는 120개가 넘는 과학관이 있다. 나름대로 과학관의 3대 기능(전시ㆍ교육ㆍ연구)을 잘 수행하고 있지만, 대부분 학생들 눈높이에 맞춘 전시물과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관람객 또한 어린이ㆍ학생들이 대부분이다. 우리나라의 대표 과학관인 국립중앙과학관의 최근 3년간 방문자 중 성인은 30% 정도인데, 그나마 대부분 자녀를 데리고 온 부모들이다. 과학관은 아직 성인들이 자신의 필요에 의해 자발적으로 찾는 장소가 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측면에서 이제 과학관도 '성인이 즐겨 찾을 수 있는 과학문화시설'로 변신할 필요가 있다. 여유시간에 마땅히 가볼만한 곳을 찾지 못한 성인들이 흥미를 가질 수 있는 전시품을 개발ㆍ전시해야 한다. 연령대별 맞춤형 체험교육을 확대해 과학기술과 예술ㆍ문화가 함께 어우러진 공간으로 변해야 한다.  더불어 자연체험단, 과학문화재 탐방 등 부모와 아이가 함께하는 신나는 '과학테마여행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발굴해 옛 것이 새 것으로 변천하는 과정에서 옛 선조의 상상력과 지혜가 더해졌음을 현장에서 느껴보는 것도 좋다. 한번쯤은 상상했던 아련한 꿈들이 '과학관 무한상상실' 같은 곳에서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잘 버무려져 차츰 구체화되는 산출물이 발명의 희열로 바뀌고, 이 느낌이 과학발전의 불씨가 되도록 과학관이 다리를 놓아 줘야 한다. 또 고경력 과학기술자를 활용한 심층해설과정을 더 늘려 전문 과학지식을 원하는 성인들의 요구를 충족하면 더 좋다. 습득한 지식을 활용할 수 있도록 '과학해설사'와 같은 전문가 양성과정도 운영한다면 단순 방문객을 넘어 특정 목적과 열정을 가진 과학 마니아들이 즐겨찾는 창의공간이 될 것이다. 나아가 휴식도 취하면서 과학문화를 즐길 수 있는 '성인들도 사랑하는 과학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과학기술이 인류문명의 발달, 경제성장, 인간생활의 질 향상을 실질적으로 이끌어왔고 미래에도 그럴 것이라는 점에서 과학관들이 이와 같은 자발적 변신을 통해 과학관 이용자들로부터 과학기술 진흥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이끌어내야 한다. 전국의 모든 과학관이 '오늘의 행복과 미래의 희망 충전소'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김주한 국립중앙과학관장<ⓒ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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