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침해의 원칙이 아닌, 최대 침해의 원칙?
고개숙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이혜영 기자]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 재판부가 직권으로 조 전 부사장의 아버지인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 논란이 일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으로써 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IOC위원이나 국내외 재계 관계자들을 수시로 만나야 하는 그의 발목을 묶을 수 있어서다. 서울서부지법 제12형사부(부장판사 오성우)는 19일 열린 조현아 전 부사장에 대한 첫 공판에서 "피고인(조현아)의 양형 부분과 관련해 재판부 직권으로 조양호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하겠다"고 말했다.재판부는 "유ㆍ무죄는 검사나 변호인 측 증거에 따라 판단해야 할 부분이지만 조현아 피고인은 언제든 사회로 복귀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박창진 사무장의 경우에는 과연 대한항공에서 계속 근무할 수 있을지도 재판부의 초미의 관심사"라며 증인채택 배경을 설명했다.대한항공의 최대주주인 조 회장을 불러 박 사무장의 지속 근무 여부를 묻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를 두고 재판부가 '갑질' 논란의 중심에 선 이번 사건에서 '을' 입장에 선 박 사무장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는 것은 이해하면서도 조 회장 증인 채택은 과도한 처사 아니냐는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재계에서는 이번 조 회장의 증인 채택을 두고 당황스럽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땅콩 리턴' 사태로 대한항공의 경영 시계가 멈춰선 상황에서 조 회장까지 출석해 증언에 나설 경우 그룹 전체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이미 조 전 부사장에 대한 여론의 질타 속에 박 사무장의 복귀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대대적인 '반(反) 한진그룹' 정서까지 예상되는 상황에서 재판장이 조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 직접 확인해야 할 사안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된다는 얘기다. 조 회장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쪽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최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동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2020년까지 10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히는 등 조 회장의 활동이 조금씩 빛을 내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대한항공을 포함한 국내 대기업들이 동계 올림픽 조직위에 예산을 지원할지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조 회장이 동계올립픽 조직위원장으로써 IOC위원 등 각 국 귀빈들과 직접적인 만남을 가져야 하는 상황에서 조 회장의 법정 출두는 그의 발을 묶는 처라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다만 이같은 목소리에도 조 회장이 30일 열리는 두 번째 공판에 출석하지 않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조 회장 스스로도 조 전 부사장건과 관련해 직접적인 사과에 나선바 있으며 본인의 출석 여부가 조 전 부사장의 양형에도 영향을 주는 만큼 출석하지 않을 가능성은 낮다. 특히 형사재판에서는 재판부가 증인 채택을 취소하지 않는 한 직접 법정에 나서야 한다. 조 회장이 출석을 거부한다고 해도 합당한 사유를 제출해야 한다. 만일 재판부가 출석거부 사유를 인정하지 않고 조 회장이 불출석하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이어 지속적으로 출석을 거부할 경우 7일 이내의 감치에 처하거나 강제구인 될 가능성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범죄 사실 확인을 위해 열린 재판에서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조 회장을 부른 것은 최소 침해의 원칙에 어긋나는 처사로 해석된다"며 "오히려 법망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딸의 개인적 인격적 문제를 가족 전반의 문제로 확대 해석하고 있다는 것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며 "조 전 부사장의 범죄 사건과 박창진 사무장의 고용문제는 따로 처리해야할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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