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포럼]학령인구 감소, 대학 변화의 시작점이다

심정민 KISTEP 부연구위원

지난 22일 정부가 발표한 2015년 경제정책방향을 살펴보면 우리경제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 경제 활력을 높이고자 공공ㆍ노동ㆍ교육ㆍ금용 등 핵심 분야를 중심으로 구조개혁을 추진하는 방안이 제시되었다. 특히 교육부분에서는 9월부터 시작되는 '가을학기제'가 제시되었는데 벌써부터 도입에 대한 찬반의견이 팽팽하다.  '가을학기제'를 포함한 구조개혁방향의 기저에는 출산율 감소에 따른 학령인구감소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학령인구감소는 노동, 교육 등 사회전반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특히 교육부분은 이에 따른 직격탄을 맞고 있다. 우리나라의 학령인구감소는 2018년도부터 본격화되어 고교졸업생이 대학정원을 밑돌 것이라고 전망되고 있으며, 지금의 입학정원 56만명이 그대로 유지될 경우 2023년에는 총정원 중 16만명이 부족해져 문을 닫는 대학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런 환경변화에 대응하고자 정부 주도의 대학 구조조정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대학가에 최대 화두로 떠오른 특성화사업(creative korea)의 경우 대학별로 비교우위 분야를 양성하겠다고 하지만 대학 구조조정 수단으로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대학 구조조정 평가'를 통해 대학별로 정원을 조정하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최근 나온 정부의 고등교육 관련 방안들을 살펴보면 양적으로 정원을 감축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는 있지만 양적 축소에 따른 질적 제고에 대한 논의는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대학의 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논의는 그 전부터 많은 논의가 되어 왔으나 '무엇을 어떻게' 라는 방향성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상황이다. 누군가는 대학이 우수한 연구 인력을 육성하고 양질의 연구를 수행해 국가 성장 동력을 제공할 것을 기대하며, 한편 어떤 이는 대학이 산업현장의 수요를 반영해 직무능력을 갖춘 인력을 시장에 공급하기를 바라기도 한다. 또한 대학은 기초학문의 연구와 교양교육에 힘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면에서 올 4월 발표한 '공과대학 혁신방안'은 공과대학에 한정되어 있긴 하지만 공과대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해법을 제시한 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 그간 대학과 기업체가 유기적으로 연계되기 위해 대학의 실용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교육, 연구, 평가의 세 가지 측면에서 공대와 산업체와의 스킨십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 평가지표와 방법을 실용적이고 질적 성과까지 포괄할 수 있도록 개선하고 교육, 연구, 산학협력 활동이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교원업적평가체계 개선에 나섰다. 응용과 융합이 가능하도록 기초ㆍ전공을 강화하고 심화학습을 통해 공학교육의 질도 높였다. 실험실에 묵혀놓았던 연구결과의 적극적 상용화 방안도 제시해 현장과의 밀착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공과대학은 대학이라는 큰 틀로 보면 일부의 학과라서 이런 방안이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보다 거시적인 측면에서 대학 스스로 역할을 정립하고 학교 전반적인 질 제고와 연계되어야 보다 추진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공과대학에서 추진하는 방향이 아무리 옳다고 해도 그것이 추진 주체인 대학과 정부의 다른 고등교육정책과 방향성이 어긋난다면 제대로 추진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학 정책은 양적 개혁과 함께 질적 개혁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그 효과를 가진다. 또한 부분의 정책과 전체 정책이 함께 잘 공존해야 그 성과가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각각의 정책들은 단절되어 추진되며, 정부가 그 전면에 나서고 있어 개혁을 수행해야 할 주체인 대학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다. 환경의 변화는 어쩔 수 없이 당면한 과제이며, 이제는 위기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에 대한 숙제만 남겨져 있다. 심정민 KISTEP 부연구위원<ⓒ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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