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투운용 사장, 샐러리맨 신화 남기고 용퇴
[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오랜 기간 운용업계 1세대로서 한국투자신탁운용을 이끌어왔다. 이제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고 싶다."국내 자산운용업계 '맏형' 정찬형 한국투자신탁운용 사장이 7년만에 대표직에서 물러난다. 정 사장은 최근 한국금융지주 정기인사를 앞두고 회사 임원들이 참석한 회의 석상에서 조용히 자신의 퇴진을 알렸다. 대학을 갓 졸업한 1981년, 한국투자신탁 운용부에 입사해 34년간 근속한 정통 '한투맨'으로 한국펀드시장의 성장과 발전을 주도해온 정 사장의 퇴진에 '동고동락'했던 임원들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정 사장의 퇴진은 운용업계 세대교체를 의미하기도 한다. 1956년생인 정 사장은 올해로 입사 34년차, 최고경영자(CEO)만 8년차인 '최장수 CEO'다. 올해는 1974년 한국투신운용이 국내최초로 투자신탁 전업회사로 설립돼 첫발을 뗀지 40년째로 정 사장이 몸담은 해가 34년에 달하니 한투운용과 생을 같이해온 셈이다. 정 사장이 CEO로 재직한 이후 한국운용이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하면서 그의 행보가 곧 한국펀드시장의 역사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닐 정도로 운용업계에서 입지도 탄탄하다. 그가 진정한 운용업계 '맏형'으로 불리는 이유다. 정 사장은 금융투자업계에서 '샐러리맨의 신화'로 회자되기도 한다. 1981년 한국투자신탁 운용부에 입사해 기획부, 국제부, 경영지원본부, 리테일사업본부 등을 두루 거치며 차례로 승진해 2007년 8월 대표이사 자리에 오르기까지 한 직장에서 한 우물을 판 '의리'의 한투맨이기도 하다. 이직이 체질화된 여의도에서 지극히 드문 사례로 정 사장은 한국운용의 외적 성장과 질적 향상의 일등공신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부침이 많은 시장 상황속에서도 평상심을 잃지 않고 조직의 방향을 제시해왔던 그의 리더십이 지금의 한투운용을 있게 한 원동력이 됐다. 정 사장은 평소 직원들에게 '한 방을 노리는 홈런타자보다 꾸준히 롱런하는 3할대 타자가 되자'는 철학을 항상 강조해왔다. 운용 스타일도 단기적인 모멘텀이나 시장의 변화에 휩쓸리기 보다는 철저한 리서치에 기반을 두고 장기성과를 위한 운용에 집중하게 했다. 그 결과, 대표펀드인 '한국투자 네비게이터 펀드' 등이 꾸준한 수익률을 거두며 주식형 펀드 강자로서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 또 중국본토 상장지수펀드(ETF), 합성ETF, 유전공모 펀드 등을 국내 최초로 선보이는 한편 베트남·중국 등 국내 운용업계의 해외 진출을 주도했다. 2012년에는 그간 삼성운용이 독주하던 연기금 투자풀 주관 운용사로 선정되는 등 혁혁한 성과를 내왔다. 정 사장은 1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대표직에서는 물러나지만 한투운용과 운용업계의 지속적인 발전을 기원하는 영원한 지원자이자 팬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운용업계는 그의 퇴로를 아쉬워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정 사장은 한투운용을 반석위에 올린 레전드(전설)"라고 평했다.서소정 기자 ssj@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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