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코리아 대표 사카이 켄지
얼마 전 '그녀(her)'라는 영화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인간의 모습을 닮은 운영체제(OSI)에게 감정을 느끼고 매력에 빠지게 되는 사연을 가지고 있다. 인간의 외로움과 고독, 그리고 나를 이해하고 알아주는 타인과 소통하고자 하는 현대 인간의 열망이, 아마 스스로 생각하고 느끼는 인공지능을 창조해 낸 것인지도 모른다. 비록 실체가 없는 컴퓨터 시스템에 불과하지만 주인공은 이 세상의 어떤 사람보다도 그 운영체제가 '사람'으로 느껴졌다고 고백한다. 비단 이러한 현상은 영화 속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 어찌 보면 기술의 진보라는 것은 가장 인간에 가까워 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무슨 말인지 의아하다면 IT 디바이스인 디지털 카메라를 살펴 보자. 처음 카메라가 생겨난 것은 내 눈이 본 풍경, 장면, 순간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다는 바람에서 출발했다. 그리고 내 머릿속에만 남아있는 그 때의 감동과 느낌을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소통하고자 하는 필요이기도 했다. 디지털 카메라의 이미지 센서가 눈이라고 한다면 이미지 프로세서는 이미지 센서로 전달된 전기적 밝기 신호를 디지털 이미지로 변환하는 두뇌이다. 즉, 디지털 카메라의 구조나 ISO, 오토 포커스, 셔터스피드등의 수 많은 광각 기술들은 인간의 눈 구조와 기능을 그대로 담고 있다. 사람의 눈이 보는 원근감과 공간감, 깊이, 빛의 움직임에 따른 색의 변화와 채도 등을 하나의 컷으로 가능한 가깝게 남기고 싶다는 인간의 의지가 결국 디지털 카메라 기술을 지속적으로 진보시키는 힘이 된 것이다.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세계 최초 5축 손떨림 보정 기능을 갖춘 풀프레임미러리스 카메라를 보더라도,이는 단순한 기술적 우위에서 앞선다는 것을 의미하지않는다. 스펙 시트는 단순한 수치와 기능의 싸움이 아니라, 과연 얼마나 인간의 눈에 가깝게 다가갔는지 일련의 과정에서의 중간 성적표 인지도 모른다. 카메라가 인간의 눈에비친 이미지를 그대로 재현하고자 하는 노력이라면, 헤드폰 등 각종 음향 기기는 인간의 귀에 가까워 지려는 인간의 욕망을 담고 있다. 어느 깊은 숲 한 켠에서 들리는 바람의 소리, 나무 가지가 서로 부딪히는 소리, 그 안에 작게 울려 퍼지는 새의 울음 소리를 들었다고 상상해 보자. 이걸 그대로 간직해 반복해서 다시 듣고 싶다는 인간의 욕망은 결국 음원을 만들고 이를 재생하는 수 많은 음향 기기를 만들어 내게 된다. 어느 웅장한 콘서트홀에서 라이브로 연주되는 오케스트라의 연주에 큰 감흥을 받았다고 하자. 만약 그 때의 그 지휘자와 연주자들이 전하고자 하는 의도와 감동을 그대로만 재현해 낼 수 있다면 바로 그것이 최고의 음향 기술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오디오의 기술은 가장 원음에 가까운, 미세한 어떤 소리도, 작은 떨림도, 심지어 인간의 귀가 듣지 못하는 주파수의 음역대 까지도 소리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그리고 이를 재생하는 각종 음향 기기는 얼마나 최대한 있는 그대로의 소리를 재현하고 전할 수 있는 가에 모든 힘이 실려 있다. 최근 오디오 시장에서 하이 레졸루션 오디오(HRA) 바람이 거세다. 말 그대로 고해상도 음원. 즉 기존의 CD라는 공간을 넘어서 원음에 가장 가까운, 스튜디오에서 녹음할 때의 소리와 같은 음질 그대로를 구현해 내고자 하는 움직임이 일면서 시장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디지털 카메라나 오디오 기술뿐 아니라 대부분의 IT 디바이스들 역시 인간과 가까워 지려고 하는 인간 스스로의 노력에서 진보하고 발전한다. 그래서 제품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사람'이다. 혹자들은 IT 디바이스에 있어 기술 경쟁의 시대는 끝났다고 말한다. 만약 수치의 경쟁에만 머문다면 이것은 맞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내 눈으로, 내 귀로 우리가 직접 맞닥뜨리는 많은 것들의 감동을 기기를 통해서도 그대로 느끼게 하고, 때로는 우리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그 감동을 증폭시켜 줄 수 있다면 기술의 진보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소니코리아 대표 사카이 켄지<ⓒ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산업2부 권용민 기자 festym@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