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초의 승부사' 김중석 외환은행 수석 외환딜러
日 방문후 엔화약세 직감…직원 몇명 연봉치 수익 벌어"딜러들, 순발력·판단력 기본…국제정세 읽을 줄 알아야"
김중석 외환은행 수석 외환딜러
[아시아경제 조은임 기자] 슈퍼달러 등장과 엔저 공습으로 그 어느 때보다 환율 변동성이 극심했던 올 한 해. '변동은 곧 불안'이라는 금융시장의 대명제를 빗겨간 이들이 있다. 외환 딜러들이다. 올라야만 수익을 얻는 주식 거래와 달리 환 거래는 어느 방향으로든 수익을 얻을 수도, 손해를 볼 수도 있다는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외환 딜러들은 변동성을 먹고 살죠. 수치가 움직이지 않으면 이익을 낼 기회도, 손실을 겪을 순간도 없습니다." 김중석 외환은행 수석 외환딜러(전문역)는 이러한 이유로 '딜러들은 애국자적 성향은 상당히 떨어진다'며 멋쩍어했다. 김 전문역은 2005년부터 딜링룸에서 일한 10년차 베테랑 외환딜러다. 현재 외환은행 트레이딩부는 13명으로 구성됐다. 총 50여국의 통화를 거래하는데 우선 현물환과 만기 1년 미만 스와프 거래로 업무가 나눠지고 그 안에서 이종통화와 원·달러 등 통화별로 다시 분리된다. 김 전문역은 이러한 업무를 두루 거쳐 현재는 트레이딩부 전체를 관장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21일 오전 9시 찾아간 외환은행 영업부 2층 딜링룸은 고요한 가운데 컴퓨터 키보드와 마우스를 두드리는 소리만이 끈임없이 들렸다. 딜러들의 눈은 책상 위 7∼8개의 모니터를 빠르게 오가고 있었다. 원·달러 환율이 1110원대로 급등해 출발한 전날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라는 설명이다. 김 전문역은 "환율이 급등하거나 급락해 출발하는 날은 호가를 부르고 거래를 체결하는 목소리들로 상당히 소란스러운데 오늘은 전날 종가와 큰 차이 없이 장이 열려 조용하다"고 전했다.외환 딜러를 두고 흔히 '1초의 승부사'라고 부른다. 1초 안에서도 쉼없이 움직이는 환율을 매처럼 바라보며 먹이를 낚아채듯 거래를 체결해야 한다. 150여개의 대기업과 중소기업, 외국계기업과 거래를 하는 이곳 딜링룸에서는 한 번의 계약으로 강남 집 한 채 돈이 오가기도 한다. 딜러의 역량은 흔히 순발력과 순간적인 판단력으로 좌우된다고 보는 이유다. 하지만 김 전문역의 생각은 달랐다. "단기적으로 거래를 빠르게 체결하는 능력도 중요하죠. 하지만 장기적으로 국제정세를 살피고 어떤 통화에서 수익이 날 것인지를 판단하는 종합적 사고능력과 글로벌 시각도 무척 중요합니다."그는 올해 인상 깊었던 경험으로 지난 3월 일본 재무성과 중앙은행(BOJ)를 방문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곳에서 김 전문역은 향후 2년 이내 본원 통화를 확대해 2%의 물가상승을 이끌어 내고 경기침체를 탈출하는 성장전략에 일본이 올인할 것이라고 직감했다. 엔·달러 환율이 110엔을 목전에 두고 있던 당시 한국에 돌아와 엔화 약세에 배팅을 지속했던 이유다. 김 전문역은 "예상보다 상당히 빠르게 엔저 약세가 이어지면서 상당한 수익을 냈다"며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직원 몇명 연봉정도는 벌었다"고 귀띔했다. 외환은행 트레이딩부의 연 목표 수익은 총 500억원. 그중에서 이미 80% 가까이 달성했다. 직원 한 명당 40억원 가까이 되는 수익을 내는 셈이다. 서울 외환시장의 일평균 거래량은 미화 100억달러로 그 중 외환은행을 통한 거래는 10%인 10억달러에 달한다. 행내 수익은 물론, 국내 외환시장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외환은행은 딜러 교육과정 '키즈'(KIDS·KEB International Dealing School)를 통해 전문적인 딜러를 양성하고 있다. 김 전문역은 위안화 직거래 시장 개설과 하나은행과의 합병 등 앞으로 있을 변화를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외환은행은 다음달 위안화 데스크를 설립하면서 트레이딩부에는 원·위안화 거래를 담당할 직원이 2명 추가로 배치될 예정이다. 또 하나은행과 합병에 대해서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기회로 평가했다. "외환이라는 상품은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는 상품으로 은행의 규모가 커지고 거래가 집중될 수록 사는 가격과 파는 가격의 차가 좁아지게 되죠. 소비자 입장에서는 더 좋은 가격에 외화 교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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