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이번 중국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거둔 최대 성과는 이 지역 경제통합 논의를 주도하는 핵심국가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우리 경제성장의 핵심 기반인 무역 자유화를 촉진하기 위해 회원국들의 '행동'을 강조하는 한편,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 '가교'로서의 역할도 자임했다. APEC 21개 회원국 간 전면적 FTA를 의미하는 '아태자유무역지대(FTAAP)' 창설이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세계 최대 경제영토가 탄생하는 과정에서 주도적 존재감을 드러냈다는 평가다. ◆아태 지역 경제통합 진전에 기여…그러나 '중국경도'는 아니다 = 朴대통령이 중국 주도의 FTAAP에 힘을 실어준 것이 미국의 반대편에 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으나, 정부는 이를 적극 부인했다. 안총기 외교부 경제외교조정관은 11일 현지 브리핑에서 "박 대통령이 (FTAAP 로드맵을 지지하는) 선도발언을 해서 전체적인 회의 분위기를 끌어갔다고 할 수 있다"며 "이것은 우리만 해서 논란의 소지가 있거나 하는 성격의 것은 전혀 아니다"고 설명했다.FTAAP는 21개 APEC 회원국 전체가 그 취지에 공감해 2004년부터 논의가 진행돼왔다. 사실상 APEC가 지향하는 최종 종착지다. 올해 APEC 의장국인 중국이 주도적으로 'FTAAP 로드맵'을 만들어 중국 중심이라는 시각도 분명 있지만, 이번 회의에서 21개 회원국 중 필리핀과 인도네시아를 제외한 19개국이 로드맵 채택에 찬성했다. 미국 주도의 TPP나 중국이 추진 중인 RCEP, 개별 국가간 FTA 등 다양한 경제통합 논의가 쌓여 최종적으로 이를 총괄하는 FTAAP로 발전하는 개념이다. 박 대통령은 TPP나 개별 FTA를 '지류'로, FTAAP를 '강'으로 비유하며 아태지역 경제공동체 창설을 위한 회원국들의 '행동'을 촉구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은 회원국 간 협상 역량 격차를 완화하기 위한 '지역경제통합 역량강화 2단계 사업' 추진을 제안하고, 우리 성장경험을 역내 국가들과 공유하겠다는 의지도 분명히 했다. 모처럼 속도가 붙은 FTAAP 창설 논의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역내 '경제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인 것이다.◆주요 정상과 우호적 네트워크 강화에 역점 = 박 대통령이 이번 APEC에서 주안점을 둔 또 다른 부분은 주요 국가정상들과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강화하는 작업이었다. 공식적으로는 미국과 중국, 호주와 양자 정상회담을 통해 기존 협력관계를 강화하고 우호적 관계를 다지는 데 주력했다. 특히 시진핑 중국 주석과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중FTA 타결에 성공한 것도 큰 성과다. 일종의 '약식 회동'이지만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및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비공식 만남에서도 양국 현안을 충분히 논의하는 등 공격적 외교활동을 펼쳤다. 동북아 국가들의 이합집산이 빠르게 일어나는 가운데 우리가 추구하는 '균형외교'가 자칫 '고립외교'가 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으나, 박 대통령이 이번 APEC에서 보여준 외교적 성과로 이런 우려가 일정 부분 가라앉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베이징(중국)=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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