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나라가 'OO피아', 'XX피아'로 난리다. 인사를 독식하거나 위세를 떨치는 특정 집단 출신의 세력을 일컫는 말이다. 이탈리아 범죄조직 '마피아'에서 따온 합성어 'OO피아'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모피아'뿐이었다. 지금의 기획재정부로 이어진 옛 재무부(MOF) 출신들이 산하 금융기관장 자리 등을 싹쓸이하던 관행을 가리키는 속어였다. 그런데 이것이 출신 집단별로 무한증식해왔다. 금피아(금감위ㆍ금감원), 관피아(관료), 해피아(해양수산부), 정피아(정치권), 철피아(철도청), 선피아(선거캠프), 연피아(연구원), 노피아(노동부), 핵피아(한국수력원자력), 전피아(한국전력), 도피아(한국도로공사)등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급기야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상임위원회마다 '무슨, 무슨 마피아'가 등장하고 있다. 사실 그런 'OO피아'들은 새로 생겨난 것이 아니다. 오래 전부터 우리 사회의 뒤쪽에 엄존하던 비공식적 사익추구 연줄 집단이다. 다만 모피아처럼 힘있는 곳의 집단이 워낙 두드러졌기에 그 밖의 다른 피아들은 그 그늘에 가려져 있었을 뿐이다. 그러다가 지난해 원전비리 사건과 지난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각각 핵피아와 해피아의 실체가 드러나며 그 밖의 다른 피아들도 조명받게 됐다. 이런 피아들의 공통점은 산하기관이나 관련 업계에 낙하산 인사로 내려가 서로 끈끈한 연줄을 유지하면서 자리보전, 노후보장, 이권나눔 등 사익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국익이나 공익은 뒷전으로 밀리고, 예산이 낭비되고, 부정부패가 횡행한다. 나라의 기틀은 허약해지고, 끼리끼리 문화의 만연으로 사회의 신진대사가 막힌다. 이런 그들만의 잔치를 방치하고는 나라의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 모피아와 관피아가 여론의 집중타를 맞은 후 그 자리를 정피아, 연피아, 선피아 등이 채우고 있는 현상은 문제의 심각성을 드러낸다. 말만으로는 마피아식 인사를 뿌리뽑을 수 없다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증명한다. '김영란법'이나 그에 준하는 법을 제정해 각종 피아 집단과 현역 공직자 사이의 이권청탁ㆍ뇌물수수를 막아야 한다. 낙하산 인사를 원천봉쇄할 수 있는 종합적이고 중층적인 장치를 제도화하는 일도 급하다. 대통령을 정점으로 집중된 공직ㆍ준공직 인사권의 하향 분산화도 필요하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