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자구안 달성 눈앞…금융3사 매각 시기 조절 논란

선제적 자구안 발표 후 10개월 자금 85% 이상 마련

현대상선 컨테이너선 ‘현대 싱가포르’호가 미국 LA에 위치한 CUT에 기항하고 있다.

[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현대그룹이 선제적인 경영 정상화에 나선지 10개월 만에 85%의 이행률을 달성했다. 3조3000억원 중 2조8200억원을 달성함에 따라 자구안 목표 달성을 목전에 두고 있다.현대상선은 13일 미국 LA에 위치한 컨테이너 터미널 CUT(California United Terminals)와 타코마에 위치한 컨테이너 터미널 WUT(Washington United Terminals)의 지분을 유동화한다고 밝혔다. 현대상선은 CUT와 WUT의 지분 100%를 보유한 현대상선 미국법인 HMMA(Hyundai Merchant Marine -America- INC.)가 발행하는 전환우선주 인수 우선협상자로 미국내 사모펀드 린지골드버그(Lindsay Goldberg)를 선정했다. 이번 지분 유동화를 통해 현대상선은 1억4000만 달러(1493억8000만원)를 조달한다. 현대상선은 이달 중 실사를 거쳐 연내 본 계약을 체결하고 내년 1분기 내 거래를 종료한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지분 유동화인 만큼 HMMA의 실적은 현대상선에 포함되지만 자금 조달에 따른 이율을 린지골드버그 측에 넘기는 형식으로 계약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HMMA의 올 상반기간 매출액은 1523억2300만원이며 순이익은 75만100만원이다. 이번 계약이 완료되면 현대상선은 지난해 12월 발표한 자구안의 85% 이상을 달성하게 된다. 10개월간 현대상선이 마련한 자금은 2조8200억원에 달한다. 현대상선은 LNG 사업부문 매각 9700억원, 부산 신항 터미널 투자자 교체 2500억원 등 사업부문매각으로 1조2200억원을 조달했다. 이어 현대엘리베이터 유상증자 1803억원, 현대상선 외자유치 1170억원 등 자기자본 확충으로 2973억원을 확보했다. KB금융지주 지분 및 부동산 등 자산매각을 통해서도 3503억원을 마련했다. 지난해 말에는 희망퇴직을 통해 인적 구조조정도 단행했다. 여기에 현대상선은 현대로지스틱스의 기업공개 대신 지분 매각을 통해서 6000억원을 마련했다. 자구안에서 제시하지 않았더라도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면 선제적인 조치를 실행한 셈이다. 현대상선은 지난해 12월 현대증권 등 금융 3사 매각을 필두로 현대상선 항만터미널 사업, 벌크 전용선부문 일부 등 구조조정, 현대엘리베이터 유상증자, 현대로지스틱스 기업공개 등을 골자로 한 구조조정안을 발표한 바 있다. 현대그룹의 자구안 중 남은 15%는 현대증권 등 금융 3사 매각을 통해 채워진다. 현대상선은 금융 3사 매각 방식 확정으로 2000억원을 조달한 바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현대그룹이 대부분의 자구안을 이행한 가운데 15%(5000억원)의 목표액을 채우기 위해 금융 3사를 매각하는 것은 성급한 선택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꾸준한 자금 조달을 통해 자금 경색이 닥칠 상황도 아닌데, 맹목적인 자금 조달을 위해서 알짜 자산을 헐값에 매각하는 상황은 막아야 한다는 얘기다. 특히 현대증권 외에도 중소 증권사들이 매물로 나와 있는 상황이며 향후 대우증권의 매각도 예정돼 있는 만큼 자칫 잘못하면 국내 금융인프라가 대거 해외로 헐값에 넘어가는 시나리오도 그려지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매각에도 흥행을 해야 하는 운용의 묘가 필요한 시점으로 사료된다"며 "외환은행 인수ㆍ매각과정에서 막대한 이익을 챙긴 론스타가 현대그룹 금융계열사의 매각 과정에서도 나올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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